[인터넷 세상] 귀족사이트

인터넷 사회에도 신흥귀족이 있다. 이른바 부유층이다. 중세 귀족처럼 절대권력은 아니지만 폐쇄성이 짙고 자기들만의 집단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은 같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부의 재생산, 재분배가 이루어져 삶의 질 또한 평준화 되고 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소수의 '끼리문화'는 존재한다.

오히려 공개된 인터넷 문화의 반대급부로 더욱 굳건한 커뮤니티와 자기들만의 문화, 소비가 존재한다. 귀족사이트를 만든 인터넷 업체로서는 거의 불황이 없는 영업을 유지할 수 있어 좋다.

귀족사이트의 회원은 월 수입이나 일정이상의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부류들로 꾸준한 소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위 브랜드 상품만을 선호하고 구매단가도 만만치 않아 업체로서는 회원관리만 잘하면 수익이 짭짤한 사이트로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계층간 갈등이 심한 상태에서 따로 부유층만을 위한 사이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일반 서민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소비는 이루어진다는 논리로 보면 굳이 잘못된 것은 없지만, 인터넷이 가져야 하는 사회적 속성을 고려해 볼 때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은 결코 아니다. 특히 '제 2의 IMF'를 염려하는 불경기에는 더욱 그렇다.

귀족사이트의 구매력은 다른 사이트와 비교할 수 없다. 구매력이 뛰어난 한정된 소수 상류층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명품런皐?관련 사이트들은 경기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탓에 최근의 불경기도 비켜가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위화감 조성이라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 대외적인 마케팅을 자제하고 '귀족이라는 고상한 이름에 걸맞게 품위 있는 태도를 지니고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귀족문화', 즉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내세우며 차별화된 전략과 고급 서비스를 무기로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유통이 운영하는 루이지닷컴(www.louisg.com)은 10만원의 가입비를 받으며 현재 7,000여명의 엄선된 회원을 확보했다. 루이지닷컴은 자사 회원인 것만으로도 고품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각종 고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명품 쇼핑몰 운영 7개월 동안 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입소문이 퍼져 회원이 급증하며 지난 1월에만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노블리안닷컴(www.noblian.com)은 지난해 6월 사이트 정식 오픈 이후 7개월간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사이트.

노블리안닷컴은 명품 쇼핑몰, 월간지와 배너광고, 유료 회원제, 유료 오프라인 이벤트 등으로 매월 매출이 급증하며 지난 1월에만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연안내, 세계날씨, 골프장 날씨 외에 전세계 호텔예약 및 항공권 예약도 가능하다.

이 사이트는 최고급 상품만을 엄선한 베스트브랜드, 쇼핑몰, 여행, 의료, 금융 등으로 세분화해 일부 경제 상류층을 겨냥한 타겟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저가 명품 쇼핑몰인 아이럭서리(www.iluxury.co.kr)도 매달 회원이 평균 6,000여명이 늘어나면서 지난 1월에만 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쇼핑몰에는 지갑, 구두, 의류 등 각종 악세사리에서부터 자동차,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브랜드가 거의 망라되어 있다. 또 회원간 경매코너도 마련돼 있어 구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교환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럭셔리굿(www.luxurygoods.co.kr)은 대표적인 사이버 명품관. 국내에 진출해 있는 거의 모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는 이 매장은 상품종류와 물량이 풍부하다. 또 시즌마다 신상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현직 변호사 출신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해 회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도 인기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제휴해 실명확인 후 회원을 받고 있는 귀족포털 로얄쏘사이어티(www.royalsociety.co.kr) 역시 지난 1월 명품 쇼핑몰을 오픈한 이후 제품 구매문의가 잇따르는 등 귀족사이트에 대한 일부 부유층의 관심이 대단하다.

상류층의 소비는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고 계층내 구전효과도 뛰어나 귀족 마케팅을 표방한 이들 사이트의 매출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우 전자신문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20 19:39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