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대통령의 날

미국은 연초에 휴일이 많이 몰려있는 편이다. 1월의 마틴 루터 킹 목사 추도일에 이어서 2월 셋째 월요일은 'President's Day'로 연방 공휴일이다.

원래 이날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일을 기념하던 데서 유래하였다. 건국의 아버지 워싱턴은 1732년 2월22일 태어났다.

주변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두번 이상 연임해서는 안된다"면서 8년만에 대통령을 그만둔 워싱턴은 이미 재임중이었던 1796년부터 많은 미국인이 그의 생일을 기념하였을 정도로 존경받았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워싱턴의 생일은 사실상의 국경일이 되어 각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행사를 치루어왔다. 그러다가 에이브러험 링컨이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추앙받는 또하나의 대통령인 링컨 역시 2월에 태어났다. 1809년 2월12일 태어난 링컨의 생일을 정식으로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암살된 다음해인 1866년부터였다.

워싱턴과는 달리 링컨의 생일이 연방공휴일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생일을 법정 공휴일로 정한 주도 여럿 있다.

1968년 의회는 정식으로 위싱턴의 생일을 연방 공휴일로 하였는데 날짜와 관계없이 매년 2월 셋째 주 월요일로 정한 것이다. 공휴일의 정식 명칭은 'Washington's Birthday'이지만 일반적으로 'President's Day'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이날은 워싱턴과 링컨 뿐만 아니라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기리는 날이 된 것이다.

그런데 금년 대통령의 날에는 얼마전 물러난 클린턴이 뉴스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게 되었다.

백악관을 떠나기 몇시간 전에 한 사면조치를 놓고 의회와 언론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인에 대한 사면은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써 사면권 행사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도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통례다.

그러나 이번 사면이 이렇게 관심을 끄는 것은 그 대상자가 해외에 도피중인데다가 적법한 사면절차를 밟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면의 동기마저 극히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간략한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80년대 초에는 이란 인질 사태로 미국은 이란과의 모든 교역을 금지하였다. 원자재 거래상인 마크 리치는 당시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사서 팔았다는 것과 이로 인해 생긴 이득에 대한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4,800만 달러의 세금을 안냈다는 혐의다.

기소되자 리치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미국 국적을 포기한 채 지금까지 유럽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전 부인 데니스 리치가 전 남편의 사면을 위해 클린턴에게 로비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의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 엄청난 도움을 주었는데 그녀 혼자서 민주당에 무려 100만 달러를 기증하였다.

또한 클린턴이 대통령 퇴임 후 지을 도서관에 45만 달러를 기증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니카 르인스키 스캔들로 한창 떠들썩할 때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보이는 700만 달러짜리 그녀의 아파트에서 1인당 2만5,000 달러씩 하는 점심 파티를 하여 300만 달러를 모금하기도 했는데 물론 그 자리에는 클린턴 부부와 당시 부통령이었던 고어 부부도 참석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을 떠나기 몇 시간 밖에 남겨놓지 않은 클린턴이 기소검사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은 채 미국에서의 재판을 피해 도망간 사람을 사면하였다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의회와 언론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 그것도 미국에서.

의회의 청문회를 통해서 나타난 사실에는 르인스키 사건에서도 클린턴을 옹호했던 열성 팬마저도 상당한 실망을 표시하였다.

이미 FBI와 법무성에서는 조사가 시작되었으며 클린턴은 퇴임 후에도 여전히 끊임없이 뉴스거리를 제공하여 국민을 즐겁게 해주는 '훌륭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다행히도 클린턴의 생일은 2월이 아니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입력시간 2001/02/2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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