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비주얼시대, '외모경쟁력' 높이기 노력

깨끗하게 세련되게…

'외모도 경쟁력, 아름다워져야 이긴다.'

여야의 차기대권 예비주자들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권도전을 위해 외모가꾸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외모는 국민에게 정치인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1차적 요소다. 민주당의 정동영, 김민석 의원 등이 여권의 신진주자로 빠르게 부상한데는 훤칠한 외모에서 비롯되는 경쟁력이 바탕이 됐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대권을 꿈꾸는 여야 주자들이 외모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지며 예뻐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점 빼고 "얼굴 훤해졌다"에 흐뭇

요즘 여의도 정가에서 가장 유행하는 외모가꾸기는 점빼기 수술. 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의 경우 외모와 관련한 가장 큰 고민은 얼굴이 검다는 것.

박 최고위원은 최근 중대결심을 하고 목동의 한 병원에서 검버섯 제거 수술을 받았다. 검버섯이 검은 얼굴을 더욱 검게 보이게 하기 때문에 국민에게 어두운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최고위원의 정성도 각별했다.

검버섯을 제거하면 생기는 붉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햇빛을 쬐이면 얼룩이 남는데 박 최고위원은 이를 막기위해 한동안 국회의사당을 출입할 때 지하통로로만 다녔다고 한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박 최고위원은 요즘 "얼굴이 훤해졌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 박 최고위원 본인도 수술결과에 만족해한다고 한다. 대권주자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민주당에선 대권주자급에 버금가는 중진인 김원길 의원도 최근 점을 뺐다.

한나라당에선 이부영 부총재가 지난해 연말 정치공백기를 이용해 비밀리에 점빼기 수술을 받았다. 이 부총재의 경우는 부인이 권유한 케이스.

이 부총재의 얼굴에 두드러진 큰 점 한개를 빼러 병원을 찾았는데 담당의사와 부인이 "기왕 하는 김에 작은 점까지 빼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해 얼굴을 말끔히 정리한 것. 연말연휴를 이용해 수술을 했고 이 부총재도 쉬쉬했기 때문에 측근조차 수술사실을 잘 몰랐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외모상 특징은 작은 키. 163~164cm 정도인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슷한 신장이라고 해서 지난 대선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키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키높이 구두'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높이 구두는 구두 안쪽을 높이고 밖에서는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보아서는 구별이 쉽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아침마다 이회창 총재의 집에서 이 총재와 수행비서, 권철현 대변인이 회의를 하는데 현관에 나란히 키높이 구두 세 켤레가 놓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세 사람 모두 키가 작기 때문이다.


'화면발'받으려 염색에 수술까지

지난해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한 한화갑 최고위원도 외모 가꾸기 경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는 최근 아랫 눈꺼풀의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눈이 부어서 한동안 안경을 쓰고 다녔다. 측근들은 "갑자기 눈이 부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면서 "수술받은 것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의 수술은 아랫 눈꺼풀이 도톰하면 '화면발'이 받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 그냥 볼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TV화면이나 사진에선 조는 것 같기도 하고 눈이 부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최근 임시국회 대표연설을 했는데 짙게 염색한 검정머리도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TV 생중계를 통해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젊은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고민은 머리다. 반듯하게 우로 젖혀넘긴 그의 앞머리는 자연산이 아니다. 13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할 무렵 그의 사진을 보면 앞머리가 상당히 훤하다.

그는 대통령정무수석을 마친 뒤 1993년부터 한동안 일본 도쿄대 객원교수로 일본에서 생활을 했는데 당시 지인의 권유로 일본에서 모발이식 수술을 했다는 것이 정설. 뒷머리의 모근(毛根)을 빼서 앞머리에 심는 수술인데 본래 뒷머리의 모근은 잘 빠지지 않아서 앞머리에 이식할 경우 정상적인 모발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앞머리가 대머리인 사람은 많아도 뒷머리가 없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전의 김대표의 머리모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훨씬 젊어보이고 인상도 좋아졌다"고 평한다.

김 대표는 또 그동안 썼던 금테안경을 최근 들어 코발트색 기운이 감도는 검은색 테 안경으로 바꾸었다.

측근들은 "금테안경을 오래 썼기 때문에 바꾼 것일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했지만 세련되고 중후한 느낌을 준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특히 황금색(노란색) 넥타이를 즐겨 매는데 젊게 보이려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넥타이에 관한 한 민주당 김기재 최고위원은 초록색만을 고집한다. "이미지가 밝고 산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손 많이 가는 헤어스타일 고집

야당에서도 대권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박근혜 부총재의 경우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본인의 취향과도 일치하지만 육 여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도 한몫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정가의 해석. 머리 손질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갑작스레 회의가 소집될 경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머리손질은 스스로 하는데 워낙 오랫동안 머리손질을 해왔기 때문에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폭넓은 롱스커트로 일관하는 박 부총재의 오드리 헵번식 의상도 눈길을 끈다. 특히 박 부총재는 건강과 날씬한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요가를 꾸준히 해왔는데 세 손가락으로 팔굽혀펴기를 20회 이상 할 정도의 고수급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의 경우 마음은 있지만 아직 컨셉을 잡지 못한 케이스. 측근들은 내부적으로 "부드럽고 합리적인 분위기로 갈 것인지, 강한 인상을 주는 쪽으로 갈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측근들이 지적하는 공통사항은 "지금처럼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것. 특히 다소 헝클어진 머리 스타일과 올드패션의 복장 등을 개선점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이 지니는 '검약'의 이미지가 주는 긍정적 효과도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어 세련되면서도 검소한 분위기의 공약수를 찾는 작업에 부심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권에선 "예비주자들의 외모 가꾸기는 아직은 애교로 봐줄 만한 수준"이라며 "대중에게 보다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다가가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지금은 비주얼 시대"라며 "대선을 앞두고 정책ㆍ정견 경쟁은 물론이고 외모 등을 통한 이미지 경쟁도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정치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06 18:00


이태희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