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장례문화] '亡者의 마지막 길 열어드리죠"

장의사도 전문직, 시신 수습ㆍ입관 땐 자부심

유효순(47)씨는 고교교사 남편과 대학생 세 자녀를 둔 가정주부다. 첫 인상이 평범한 '이웃집 아주머니'인 그녀의 직업은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의 염습사. 시신을 수습해 입관하는 게 일이다.

올해 2월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학과를 1기로 졸업해 삼성서울병원에 취업했다. 졸업 전에도 아르바이트와 인턴사원으로 이곳에서 일했다.

유씨가 지금까지 염습한 시신은 100여구. 하루에 5~6구를 염습한 적도 있었다. 염습사로서 유씨의 인기는 높다. 사망자가 여성일 경우 유족이 여성 염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씨는 염습할 때마다 좋은 일 한다는 기분에 자부심을 느낀다. 가족도 장례지도학과를 지망하려고 했을 때 모두 환영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여느 염습사와는 달리 사진촬영에 쾌히 응해주었다.

시신도 천차만별이다. 완전히 부패한 독거노인의 시신이나 교통사고, 추락, 화상 등으로 훼손 정도가 심한 시신은 수습이 어렵다. 특히 간질환으로 사망한 시신을 수습할 때는 안타깝고 불쌍하기까지 하다.

반면 노환으로 사망한 시신은 깨끗하고 염습도 쉬워 곱게 늙어죽는 게 큰 복이란 느낌을 갖게 한다. 그녀는 "망자(亡者)의 시신이 방치되는 불효를 않기 위해서라도 고향에 홀로 계시는 부모님께 자주 안부를 여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신 갖고 일하면 괜찮은 직업"

유씨는 염습사를 전문직이라고 말했다. 염습 뿐 아니라 장례에 관한 모든 절차와 예의를 유족에게 안내ㆍ지도하기 때문이다. 매주 6일 근무하는 유씨는 보수에도 만족하고 있다.

그녀는 "장례사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소신을 갖고 일하면 괜찮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삼성서울병원의 또다른 염습사 A(39)씨는 10년 경력자다. 이전에는 일반병원에서 염습사로 일했다. 유족과 장의사간에 빚어지는 '저승길 노자'에 얽힌 갈등은 익히 알져진 고질적 관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종합병원을 비롯한 전문장례식장에서는 이같은 관행이 없어졌다. 보수가 적은 소규모 병ㆍ의원 염습사나 개인 장의사에게는 아직 이 관행이 남아 있다는 게 A씨의 이야기다.

삼성서울병원의 염습사는 9명으로, 연령층은 30~50대. A씨는 염습사가 더이상 과거와 같은 기피직종이 아니라고 말했다. 염습사의 전직은 일반 직장인, 운전사 등으로 다양하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측에 따르면 염습사도 능력에 따라 관리자가 될 수 있다.

염습사는 염사, 장의사, 장례지도사, 상례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현재 전국의 염습사는 5,000여명. 종교단체 등의 장의사를 합치면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장례문화의 변화에 따라 염습사도 구조조정을 겪어왔다. 대형종합병원과 전문장례식장이 등장하면서 소규모 장의사들은 급격한 쇠퇴를 맞았다. 과거 서울에만 3,000명에 달하던 장의사가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전업하거나 장례식장 개업, 또는 종합병원으로 취업하는 길을 밟았다.

염습사들은 한결같이 "망자는 허례를 모른다"고 말한다. 호화장례든, 화장이든, 매장이든 장례형태는 따지고 보면 유족들의 자기위안이나 과시욕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망자에 대한 적절한 예의다. 망자에 대한 예의는 죽은 자의 요구가 아니라 산 사람과 이승의 시간 속에서 변해왔다는 사실을 염습사들은 잘 알고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06 19:39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