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서울 양천구 목동(木洞)

나무는 마르지 않는, 시(詩)의 샘물이라 했던가. 나무에서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나무에서 시인들은 줄줄이 시를 얻는다. 발이 없어 옮겨다니지 못하는 나무들이 서로 다치지 않게 간격을 두고 평화를 누리며 사는 숲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나무들은/ 옮겨 다니지 못해도/ 서로 다치지 않도록/ 거리를 둘 줄 알고/ 겹치지 않게 뻗을 줄 안다/ 그게 간격이다// 더불어 이웃하는/ 평화의 자격을 지닌 품위/ 숲의 넉넉한 목숨, 평화, 평화를 바람에 실어보낸다// 비록 비탈이 될지라도/ 맞거슬리지 않을/ 하나의 자리를/ 나의 자리로 언제 찾을 수 있을까'라고 유경환은 나무를 예찬하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이 밀림을 이루고 있는 인구 1,000만이 넘는 대도시 서울에도 시원한 녹지공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마을이 있다. 바로 목동(木洞)이다.

목동은 통신사, 방송국 등 하이테크 업종의 사옥이 들어서있는 데다가 예술회관, 증권사, 백화점, 상가 등 대형 유통시설과 오피스텔,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차 주거와 결합한 복합 정보화시설을 갖춘 서울 서부의 중심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목동이 서울의 서부심지로 떠로른 데는 주위환경이 빼어나고 지하철 5호선이 지나고 있어 교통여건이 좋은 데다가 유통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 3박자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특히 목동 900번지 일대를 사무시설과 유통시설단지로 규정, 체계적인 개발을 유도한 것은 큰 몫을 했다고 본다. 거기에다가 신도시에 걸맞게 환경친화적으로 나무심기에 주력한 것이 나무와 시가지가 조화를 이루는데 큰 몫을 한 것 같다.

목동은 원래 안양천 하구의 가장자리에 자리했는데 안양천은 바로 한강과 맞닿아있다. 그래서 황해의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하루에 두차례씩 한강물이 거슬러올라왔다간 빠지는 통에 안양천도 그 영향을 받아 목동 일대는 상습적으로 물에 잠기곤 했다. 그래서 이 일대를 '모새미'라 불렀다.

'모새미'의 '모새'는 '못'(池)의 본딧말이고 '미'는 '물'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못물'이라는 뜻. 이 '모새미'라는 말이 세월이 흐르면서 '모새미-모새-못'으로 되어 '못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못리'가 '목리'로 발음되면서 한자로 그대로 소리빌림(借音), '못리-목리(木里:木洞)'로 된 것이 오늘의 땅이름이다. 이와 같이 순수한 우리말 땅이름이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 이렇게 엉뚱한 뜻의 땅이름을 낳기도 한다.

안양천과 한강이 서로 만나는 여울에는 옛날 소금배가 와닿았기 때문에 소금(鹽)을 쌓아둔 창고가 있어 염창동(鹽倉洞)이라 부른 것이다. 목동도 실은 옛 양천읍의 '염창말'에 속했다가 일제 때 김포군 양동면 목동리라 하였던 것.

한편 모새미(목동)벌 일대를 언제부터인가 '가히 천호가 들어설 곳'이라 하여 '천호지벌'(千戶之伐)이라 불기도 했다. 그 예언적인 땅이름에 걸맞게 오늘날 목동 신시가지가 들어차 천호, 만호가 되어버렸고 '목동'(木洞)이라는 땅이름처럼 나무가 밀림을 이룬 푸른 시가지가 되었으니 참으로 신기하다.

이홍환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1/03/1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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