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중독증] "방송사 횡포에 시청자가 나서야"

[인터뷰]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국장

"이제는 시청자들이 직접 나서야 할 때 입니다."

이동연(37) 문화연대 사무국장은 요즘 방송사 관계자들로부터 요주의 인물 1호로 지목 받고 있는 시민운동가다.

바로 지난 달부터 민족음악인협회, 평론가단체, 팬클럽, 언더밴드 그룹, 그리고 시민단체들과 함께 '방송사의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운동을 추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국장은 3개 방송사에 가요순위 프로 폐지에 대한 공개질의와 함께 가두 서명 캠페인도 벌여갈 계획이다.

"연예중독증의 문제점은 스타 개인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리고 스타를 통해 자신의 대리만족을 얻겠다는 심리에서 기인합니다.

그러다보니 청소년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잘못도 감싸주려는 왜곡 현상까지 빚어집니다. H.O.T. 멤버의 뺑소니를 정당화하려고 한 게 그 예입니다. 그것은 거의 광신적인 맹종에 가깝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 국장은 특히 방송사의 문제점에 대해 날을 세운다. "우리 방송사처럼 시청자와 방송 출연자에 대해 절대적 우위에 서 있는 나라도 없습니다.

시청률이라는 명목 하에 스타들에게 가학적이고 엽기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시킵니다. 그것은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려는 것이지만 결국은 청소년의 모방행위를 자극하게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변화의 시작은 시청자와 팬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업화에 물든 방송사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팬들은 이미 집단화돼 있습니다.

단지 이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주체가 없기 때문에 기획사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청소년이 중심이 된 팬클럽과 성인이 참여한 시청자 단체가 방송사의 독단적인 횡포에 맞서야 합니다. 그 길만이 우리 방송문화를 제 방향으로 몰고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14 19:55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