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야망과 도전] 전면에 나선 최태원회장 형제들

지난 연말의 사장단 및 임원인사로 최태원 회장과 그의 형제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SK주식회사(최태원), SK텔레콤(최재원), SK글로벌(최창원) 등 3대핵심 계열사에 '트로이의 목마'처럼 형제들이 배치됐다.

지금 돌아보면 억측이었다는 설명이 일반적이지만 당시만 해도 형제간 기업분할을 미리 실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최태원 회장은 98년 고 최종현 회장 사망당시 둘째 재원과 누이 기원씨 지분을 모두 위임받아 그룹오너가 됐다. 지난 연말과 올초에 걸쳐 지주회사격인 SK주식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명실상부 그룹을 지배하게 됐다.

SK주식회사는 SK텔레콤, SK글로벌, SK해운의 대주주로 각각 18.48%, 39.6%, 34.4%를 갖고 있다. 최 회장은 SK주식회사의 지분 8.6%를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SKC&C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신일고와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선친이 다녔던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과묵하지만 솔직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탁월하고 합리적인 성품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인터넷, 바이오분야 등 벤처기업 육성에 열렬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차남인 신원씨는 SKC회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의 첫째 아들이 사망하면서 사실상의 집안어른 역할을 하고 있다. 동생들(특히 최태원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편이다. 이 때문에 그룹주변에선 신원씨 동생인 창원씨와 태원씨 동생인 재원씨에게 관심이 많다.

창원씨는 형과는 달리 SK글로벌 부사장으로서 대외활동이 왕성한 편이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후 경영기획실 과장, SK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하다 지난해 5월 SK글로벌 기조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로 기업구조조정 등 궂은 일을 도맡아 '구조조정의 리베로', '다운사이징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은 최 회장의 친동생으로 IMT-2000사업권 획득과정을 주도했다. 기획 재무 인사를 총괄하는 기획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다.

태원-재원-창원 세 형제의 우애는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총사령관 최태원, 작전참모 최재원, 돌격대장 최창원'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SK그룹은 재산분쟁의 소지가 가장 많은 곳중 하나였다. 창업자는 고 최종건씨이지만 오늘날의 SK로 키운 사람은 고 최종현 회장이다.

SK그룹 주변에선 최씨 패밀리가 분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씨 패밀리를 중심으로 강력한 오너십을 형성하고, 전문경영인이 이를 뒷받침하는 파트너십이 유력하다고 내다본다. 현실적으로 최 회장을 제외할 경우 나머지 형제들이 경영권을 다툴 만큼 지분을 갖고 있지도 않다.

이규철 내외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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