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후계경영 본격화

삼성전자 상무보로 경영참여, 변칙상속 등 돈란 부담

이재용씨는 '황태자'다. 삼성의 실질적 오너이자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시험받는 왕자'다 섬성전자 상무보 자리는 첫 관문이다. 이재용씨는 동시에 '문제의 인물'이다. 변칙상속 논란과 경영권 세습이라는 굴레를 쓰고 있다.

이재용씨는 3월10일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가 됐다. 이씨는 앞으로 경영전략 업무를 맡게 된다. 1968년생인 이씨는 1991년 삼성전자 부장으로 입사, 그동안 해외에서 공부해왔다는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이씨는 일본 게이오대에서는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관한 고찰'로 경영학 석사학귀(MBA)를 받았고,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에서는 컴퓨터 산업을 연구했다. 학부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왔다. 이건희 회장의 1남 3녀중 맏아들이자 외아들인 이씨는 허리디스크 때문에 병역면제를 받았다.

1998년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맏딸인 세령씨와 결혼, 지난해 12월 첫 아들을 얻었다. 취미는 영화감상과 골프로, 특히 골프는 핸드캡 6의 싱글이다. 이씨를 아는 사람들은 이씨가 사교적이고 활달한 성격이라고 전했다.


경영권 승계에 가속도 예상

이재용씨가 삼성전자의 상무보가 되었다는 것은 삼성그룹의 후계작업이 본격화했댜는 의미다. 삼성 오너가(家)의 3세인 이씨가 올해부터 경영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이재용씨로의 경영권 승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재용씨를 둘러싼 변칙상속 논란과 경영능력 여부 등 변수가 있는데다 경영권 세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등으로 '이재용 체제'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이미 삼성그룹의 '제1실력자'다. 삼성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이씨는 에버랜드를 통해 그룹 지주회사인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있다. 1990년 초부터 이재용씨에 대한 후계구도 구축에 매진해온 삼성은 전환사채(CB) 와 신주인수권부 사채(BW) 발행이라는 신종 금융기법을 동원, 이재용씨의 그룹 지배권을 확립했다.

아버지인 이건희회장이 당시로서는 기상천외한 공익재단을 통해 경영권 세습을 이뤘던 것과 비교된다. 방법은 다르지만 양상은 비슷한 셈이다.

이재용씨로의 경영권 세습을 위한 지분정리 작업은 1994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 회장은 1994~1995년 몇 차례에 걸쳐 재용씨에게 61억8,000만원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종자돈을 마련해줬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증여세 16억8,000만원을 냈다.

이씨는 이를 바탕으로 △사모 전환사채(CB) 매입 후 주식전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한 지분 확보 △비상장계열사 주식의 싼값 인수 등의 방법으로 지분구조를 다져가면서 재산을 늘려갔다.

이씨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종자돈으로 1994년 중앙개발(현 삼성에버랜드) 등이 보유한 에스원 주식 12만여주를 주당 1만9,000원에 사들여 1996~1997년 전량 매각, 291억여원의 차익을 얻었다.

비슷한 시기에는 막 상장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7만여주를 주당 5,000원에 매입한 뒤 이를 되팔아 256억원의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에버랜드 최대주주, 삼성 지배구조 장악

이씨는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에버랜드 지분을 확보, 지배구조 장악을 위한 기초를 다지면서 삼성 오너십의 물꼬를 자기쪽으로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에버랜드는 1996년 12월 사모 전화사채(CB)를 발행, 이씨에게 31.9%의 지분을 확보케 했고 이로써 이씨는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에버랜드 최대 주주에 오른 이씨는 이 회사를 통해 1998년 한해동안 삼성의 지주회사인 삼성생명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율을 종전의 2.25%(42만1,200주)에서 20.7%(386만8,800주)로 늘렸다.

결국 이씨는 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의 돈줄이자 지주회상인 삼성생명의 지배구조까지 장악했다. 현재 이씨의 삼성 에버랜드 지분율은 25.1%이고,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19.3%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6%에 불과하다.

삼성생명은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국내 최대주주(외국인 기관투자가가 1대주주)로서 모든 그룹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씨가 그룹 지배권을 확립한 과정은 자신에게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 변칙상속 논란이 현재 사법절차를 밟고 있고, 참여연대에서도 이재용씨의 경영권 세습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스톱삼성(Stop Samsung) 운동'이라는 전례없는 시민운동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국세청의 조사도 진행중이다. 어쨌든 그동안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씨로의 후계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기 때문에 "관심사는 언제, 어떻게 이재용씨가 수면부위로 부상하느냐"고 말해왔다.

이재용씨가 올해부터 경영수업에 나서기로 한데는 본인의 강력한 희망, 이건희 회장의 건강문제, 후계구축 작업의 마무리에 대한 자신감 및 정부의 유화적인 자세 등 여러 사정들이 작용했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주변에 경영참여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이 26세에 (1968년) 동양 방송 이사로 경영참여를 시작한 것을 감안할 때 33세의 나이에 아들까지 낳은 이씨가 경영참여를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지난해 말부터 그룹내에 형성됐다.

림프절암을 앓았던 이 회장의 건강문제도 이씨의 경영참여 시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삼성관계자는 "삼성그룹내 싱크탱크(think tank)에서 앞으로 3~5년간의 시기를 놓고 이재용씨의 총수등극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중" 이라고 전했다.


경영능력, 미래비전 '아직 미지수'

1991년 입사한 뒤 최근에는 보직이 없는 삼성전자 부장이었던 이씨는 일단 등기이사가 아닌 집행임원으로 경영에 발을 들여놓은 뒤 상법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로서 본격적인 경영참여를 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이 구축해놓은 전문 경영인의 세대교체도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측은 "이 상무보가 해외유학을 통해 국제적 경영감각을 익혔고 어릴적부터 경영자로서의 몸가짐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배워왔기 때문에 이를 삼성경영에 잘 접목시키면 그룹 경영에 신선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미 e삼성을 통해 '경영 예비고사'를 치렀다.

이씨는 삼성그룹의 인터넷 계열 회사인 e삼성의 최대주주로서 사업을 주도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못하고 있다. 경영 능력과 미래 비전은 아직도 미지수라는 얘기다. 이씨로의 경영권 승계 시기는 이씨가 보일 경영능력과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등 여러 요인에 따라 상당히 가변적이다.

이재용씨가 재벌3세라는 이미지를 떨치고,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어떻게 보일지 주목된다.

입력시간 2001/03/2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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