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49)] 누가 프랑켄슈타인을?

누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가?

생후 10개월만에 잃은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의 빗나간 애절함이 21세기 프랑켄슈타인 제조의 핑계가 되고 있다. 죽은 아이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난자에 주입해 수정란을 만든 뒤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복제양 돌리의 복제기술을 이용한다고 한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누가 해도 할 일"이라는 뻔뻔스러운 변명이다. 1997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간복제를 염려했었고 그런 순간이 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랬었다.

그런데 겨우 3년만에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오늘 필자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이 일을 완전히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 때문이다. 지금도 이 세상에는 폭력과 부정과 비윤리가 곳곳에 질펀하다. 세상의 어두움을 말살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인간복제도 서서히 '검은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감이다. 하물며 공개적으로 인간복제를 선언해도 딱히 강제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어정쩡함을 보라. 잠재해있던 검은 야망이 우후죽순으로 불거져나올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나는 것이다.

법? 법이 있어서 세상일이 얼마나 해결되던가? 결국 첨단과학은 일부 고통받는 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빌미로 세상에 또하나의 어둠과 죄악의 씨를 뿌리고 말았을 뿐이다.

호주에서는 벌써 1999년에 멜버른에 있는 스템셀 사이언스사의 연구팀이 인간의 DNA가 들어 있는 세포핵을 돼지의 난자에 이식해 인간 배아를 만들어 32일 동안 배양하다 폐기했다. 완전한 아기복제가 가능한 바로 직전 단계의 수준이다.

급기야 '인간은 외계의 과학자들이 복제한 것'이라고 믿는 캐나다의 종교집단 라엘리안이 지원하는 클로네이드(Clonaid)는 "1년 안에 복제인간을 탄생시킬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복제지원자중 8명의 한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초의 복제대상인, 10개월만에 사망한 아이의 부모는 6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지불했다고 한다. 그 돈이면 차라리 어려운 어린이를 돕는 일에 쓰는 것이 수천, 수만 곱절은 더 의미있을 일인데도 말이다.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교수와 미국 켄터키대학 자보스 교수도 지난 1월 말 임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불임부부에게만 한정해서 늦어도 2년 안에 10쌍의 불임부부를 위해 인간을 복제한다고 발표했다. 초기 복제비는 약 5만 달러이지만 차츰 시험관 아기 탄생비용인 1만~2만 달러 정도로 낮추게 될 것이라고 한다.

곧 인간복제의 보편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무서운 말이다. 이스라엘 과학자도 텔아비브 북쪽 해안도시 시세라에서 이미 아기복제를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일본 아르헨티나 독일 영국 등에서 600~700쌍의 부부가 실험에 자원했고 6개 국가가 실험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결국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말이니 프랑켄슈타인을 돕는 이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코 앞에 닥친 인간복제의 위험성이다.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인간복제의 성공 가능성은 1-2% 정도에 불과하고 부작용이 심해서 복제아기나 산모 모두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보다 복제가 쉽긴 하지만 복제양 돌리의 경우에도 277개중 단 한개만 성공했을뿐 기형, 자궁내 유산, 급산 증후군, 유전적 결함 등 기술적 난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복제를 시도해서도 안되겠지만 시도해서 초래될, 뻔한 실패로 인해서 무참히 짓밟힐 생명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작정이란 말인가?

생명의 존엄에 대한 자기편리적 해석에 매달리는 가증스러운 21세기의 프랑켄슈타인들, 인간 생명 자체를 상업화하려는 그들의 가슴 속에 정녕 두려움은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03/2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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