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꽃샘추위 지나면 상승랠리?

"대공황 우려는 기우"분석,보수적 투자자세 필요

중국 후한(後漢) 말기인 서기 208년. 중국 북부를 평정한 조조(曹操)가 80만 대군을 이끌고 남정(南征)을 시작했다.

조조의 목표는 각각 양자강 유역의 형주와 강동에서 버티고 있는 유비(劉備)와 손권(孫權)의 무릎을 꿇리는 것이었다. 남정은 순조로웠다.

조조의 80만 대군은 초전(初戰)부터 형주의 유종(劉琮)을 제압하고 장판파(長坂坡)에서 유비군을 대파하고 호북성 가어현의 적벽(赤壁)이라는 양자강가에 포진했다. 바야흐로 유비와 손권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북방 출신의 조조 군사들이 남방의 풍토병 때문인지 병으로 신음하고 배 멀미로 고통을 받는 등 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고심하던 조조 앞에 유비의 비밀책사인 방통(龐統)이 나타났다. "멀미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조조에게 방통이 해답을 제시했다.

"배 여러 척을 쇠사슬로 엮으면 흔들림이 줄어 멀미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전선을 모두 쇠고리로 연결하고 그 위에 널판지를 깔아 연환선(連環船)을 만들어 배가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이 때부터 조조의 운명은 패전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조조가 방통의 계책에 넘어가자 손권의 부하 장수인 황개(黃蓋)가 거짓 항복하는 것처럼 속여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에 몽충(蒙衝ㆍ폭이 좁고 길다란 배로서 적선과 충돌하여 침몰시키기에 알맞은 배)과 투함(鬪艦ㆍ지금의 전함과 비슷함) 등 10여 척의 배에 기름을 잔뜩 먹은 섶과 갈대를 싣고 조조의 선단으로 접근했다.

때마침 세찬 동남풍이 불어오자 황개의 선단은 불꽃을 튀기며 쏜살같이 조조의 함대로 돌진했고, 쇠고리에 묶여 꼼짝 못하는 조조의 함대는 순식간에 불덩이가 됐다. 적벽대전으로 역사에 기록된 이 싸움에서 조조는 데리고 간 80만 대군을 모두 잃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채 돌아왔다.

■세계증시 미 일과 동반폭락

역사란 반복되는 것일까. 1,800년전 중국에서 벌어졌던 일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재연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일본의 경제 리더십이 약화, 세계 증시가 조조의 연환선처럼 동반폭락하고 한국 증시 역시 대공황의 우려 속에 휩싸이고 있다.

3월12일 미국 나스닥 지수가 2,000선 이하(1,923.38)로 폭락하고 일본 닛케이지수가 1만2,000엔대 이하로 주저 앉으면서 550선을 지키던 종합주가지수가 520선대로, 72선 안팎이던 코스닥지수는 한때 68선까지 후퇴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 경제와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부의 우려대로 세계 대공황이 일어나고 주가가 대폭락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공황의 우려는 기우(杞憂)에 가깝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가하락으로 인한 외국인의 대미 금융자산(8,645억 달러) 회수를 방지하고 막대한 무역적자에 따른 유동성 고갈을 막기 위해 신뢰성있는 통화정책을 펴나갈 것이며, 일본도 64조엔에 달하는 부실채권과 주가하락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은행을 회생시키기 위해 44조엔의 공적자금 투입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경제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증시 분석가인 골드만삭스의 애비 조셉 코언(Abby Joseph Cohen)은 미국 증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꺾지 않고 있다.

코언은 다우존스 지수가 1만선 이하(9,973.46)로 추락한 직후인 3월15일에도 "일본 은행의 부실과 통신업종에 대한 우려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 경제의 침체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일본 은행에 대한 피치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모두 알고 있던 사실을 언급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통신업종의 과잉투자도 이전부터 지적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코언은 "최악의 경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기술적 요인 때문에 하락하고 있을 뿐"이라며 투자자에게 공격적인 전략을 추천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튼튼하며, 투자자들은 기술주와 통신관련주에 대한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고평가 상태였던 S&P500 지수는 저평가 상태로 돌아왔으며 이에 따라 15일 1,173.56포인트로 마감된 S&P 500지수는 연말까지 1,650선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다우지수 역시 연말에 1만3,000선을 넘어선다는 것이 코언의 전망이다.

■국내증시 "500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것"

국내 증시의 전망도 최악의 상황이 우려될 정도는 아니다. LG증권 박준성 연구원은 "잠복된 악재가 거침없이 쏟아지는 약세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수가 500선 이하까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증시 주변재료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지난 6개월간 지수 500선을 방어하기 위한 정부의지가 여전하므로 당분간 530~520선에서 지수 바닥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요컨대 64조원의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주가변동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겠지만 최악의 폭락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낙관적인 시황관과는 달리 구체적 투자전략에 대해서는 전문가 대부분이 여전히 보수적이 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김상철 연구원은 "주가의 변동가능성이 여전하므로 투매는 자제하되 외국인 보유비중이 높은 블루칩과 금융주, 업종대표주는 반등시마다 매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책임연구원도 "FRB의 추가 금리인하 효과가 힘을 발휘해 새로운 장세반전 모멘텀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실적호전 저PER주와 개별재료를 보유한 중소형주로 국한하는 보수적인 투자자세가 유효하다"고 밝혔다.

물론 일부에서는 증시가 급반등, 4월부터 본격적인 상승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대담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은 "경제의 기초체력에 근거해 매수추천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3월 하순과 4월 중순 사이에 최적의 매수기회가 주어지며 이 랠리가 수개월 동안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양증권은 3월17일 기준으로 단기적으로는 현대자동차, 삼양제넥스, 한국타이어, 삼천리를 매수 추천하고 한라공조에 대해서는 강력매수를 추천했다.

3월 13일 미국 나스닥의 폭락으로 한국의 주가도 큰폭으로 하락하자 명동의 한 증권사 객장 전광판이 온통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21 14:23


조철환 경제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