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기상천외한 친구 사귀기

■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할리우드 청춘 코미디물은 '화장실 유머'의 유행으로 인해 구토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할 정도로 역겨워진 한편, 지저분한 것까지 솔직히 드러내는 데서 오는 건강함을 미덕으로 꼽을 수 있다.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적인 마무리로 가족이나 우정의 소중함을 주입시키는 디즈니표 영화를 외면할 만큼 각박해진 탓일까. 아니면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역겨운 표현도 자주 접하다보니 아름다운 것만이 전부일 수 없다는 깨달음이 온 탓일까.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Whatever it takes>(12세 관람가, 콜럼비아)와 대학생의 사랑찾기 모험 여행기인 <로드 트립:Road Trip>(18세, CJ)중 어느 영화가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후자를 밀고싶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Whatever it takes>는 건전 영화로 추천될 수 있겠지만 <로드 트립:Road Trip>는 기성세대로부터 '해도 너무 한 영화'로 야단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장난이 극에 달한 <로드 트립:Road Trip>에 더 점수를 주고 싶어지는 것은 우리 세대가 유머와는 거리가 먼 학창시절을 보낸 데 대한 보상심리가 아닌가 싶다.

데이비드 레드너의 2000년 작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Whatever it takes>는 시라노 드 벨주락에 관한 프랑스 시대극 <시라노>와 배경을 현대의 미국 소방서로 바꾼 <록산느>를 토대로 하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감정을 숨기고 편지를 대필해야했던 시라노의 슬픈 사연을 현대 고등학교로 옮겨온 것.

길모어 고등학교 졸업을 4주일 앞두고 있는 메기(말라 소콜로프)와 라이언(쉐인 웨스트)은 앞뒷 집에 살고 있는 어릴 적부터의 친구. 졸업파티에 함께 갈 파트너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라이언은 치어리더인 최고 미인 애슐리(조딜린 오키프)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

부잣집 바람둥이 크리스(제임스 프란코)는 라이언에게 자신의 사촌인 애슐리에게 접근할 기회를 줄테니 모범생 메기를 정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한다.

현대의 고등학생답게 이들은 이메일, 목소리 변조 전화 녹음, 영화, 파티, 미식 축구, 신나는 음악으로 마음을 전하고 상대를 떠본다. 그러나 자신조차 몰랐던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전하는 데는 연인의 창가에서 연주하는 아코디언 연주라는 고전적 방법을 택한다.

물론 "84%의 여자가 성기의 크기보다는 테크닉에 더 좌우된데"와 같은 농담도 빠뜨리지 않는 영화다.

토드 필립스의 2000년 작 <로드 트립:Road Trip>는 뉴욕의 이타카 대학생 조슈(브레킨 마이어)가 정조를 지키기로 약속한 어릴 적부터의 연인인 텍사스의 오스틴 대학생 티파니에게 잘못 전해진 비디오 테잎을 회수하러 떠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사랑 고백 대신 베스(에이미 스마트)와의 섹스 장면이 녹화된 테이프가 잘못 발송된 사실을 알게 된 조슈는 세 명의 친구와 1만8,000마일을 자동차로 여행하며 갖가지 사고에 직면하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사랑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된다.

쥐를 얼결에 삼킨다거나 뱀에게 목이 감기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간이식당 웨이터가 팬티 속에 넣었다 내놓은 토스트 먹기와 같은 엽기적인 장면들.

뚱보 흑인 아가씨의 적극적인 리드로 빼빼 마른 소심한 백인 대학생이 총각 딱지를 떼고 자신감을 찾는 대목, "비아그라 덕분에 늘 성기가 서있는 것을 당당하게 자랑하는 할아버지"와 같은 성적 농담의 극대화. 웃음 보따리에 관한한 모자람이 없는 영화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3/21 20:5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