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정주영] 개인재산, 6조에서 1,000억으로

"나는 나 자신을 자본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아직도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며 노동을 해서 재화를 생산해 내는 사람일 뿐이다." 1982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명예 경영학 학위를 받은 왕회장은 스스로 노동자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개인재산이 얼마인지 꼼꼼히 따지기 보다는 일과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즐겼다. 대선에 출마한 1992년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그는 재산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타계한 왕회장이 남긴 개인재산은 약 1,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한때 적게는 3조원, 많게는 6조원으로 추정됐던데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미국 격주간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997년 8월 상장사 주식지분을 토대로 왕회장 일가의 재산을 4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홍콩 빈과일보가 같은 해 1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가 재산은 5조9,000억원이었다.

왕회장의 재산은 대선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중공업 주식을 대거 매각하고, 나아가 주식지분을 자식에게 상당부분 물려주면서 크게 줄기 시작했다. 2000년 들어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두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이 벌어지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도 재산감소의 큰 원인이다.

왕회장 재산 중 가장 덩치가 큰 것은 현대건설 주식. 그는 현대자동차 주식을 비롯한 각종 보유주식을 팔아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건설을 지원하면서 현대건설의 최대주주(15.77%)가 됐다.

현재 730억원대인 현대건설 보유주식은 그러나 채권단이 감자를 통한 출자전환에 나설 경우 미미해 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측은 현대건설 보유주식을 고인의 뜻에 따라 현대건설에 증여키로 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28 14:38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