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전략기동함대 염원 이뤄질까

DJ, 창설 지원 공언.일부선 "립 서비스"비판

해군의 전략기동함대 보유 계획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대중 대통령은 3월19일 해군사관학교 제55기 임관식에서 "머지않아 우리 해군이 전략기동함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군이 그동안 대양해군 건설을 위한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시켜 왔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3월20일 공사 49기 임관식에서도 항공우주군 건설을 언급했다. 그는 "21세기 항공우주군 건설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100년 앞을 내다보는 거시적 안목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의 연속된 해ㆍ공군력 증강 발언에 대한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북한의 위협과 예산상의 문제를 들어 비현실론을 펴고 있다. 이들은 느닷없는 군사력 강화 주장의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표를 달고 있다.


"비현실적 청사진" 평가 절하

한국군사학회 부회장 이선호 박사는 "김 대통령의 대양해군 주장은 환상적이고 현란한 그림이자 대국민 담화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절하했다.

그는 "대통령이 임기 1년 반을 남겨둔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청사진을 그리기 보다는 다급한 남북한 군사문제에 치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사일과 땅굴을 비롯한 북한의 현실적 위협과 이에 대응할 군축협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우주항공군 건설에 대해서도 "그림의 떡"이라고 잘랐다. 우리 영공도 독자적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주항공군 건설은 말도 안된다는 것.

군사전문가 지만원 박사의 주장 역시 신랄하다.

"김 대통령의 해ㆍ공군 강화 발언은 예산과 경제규모로 보아도 실현 가능성없는 '말잔치'에 불과하다.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 쏟아지고 있는 보수 목소리의 예봉을 꺾고, 국민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그는 대북한 대응도 어려운 판에 전략기동함대를 건설하는 것은 군사예산의 현실을 염두에 두지 않은 구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나아가 그는 '준 러시아급'인 북한 군사력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현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전략기동함대 건설을 지지하는 측은 군의 미래지향성과 21세기의 새로운 안보환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남북관계가 평화공존으로 선회하고 있는 반면, 주변 강국들간의 이해관계에는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대양함대건설 당위론의 근거다. 이들은 위협이 임박하거나 도래했을 때 해군력을 건설하는 것은 이미 늦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형ㆍ첨단 함정은 계획에서 작전투입까지 10~15년의 선도기간(lead-time)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독도문제와 경제수역, 대륙붕 개발을 비롯한 해양권익 충돌 가능성도 당위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위론자들은 위협의 축이 지상에서 불특정 다수의 해양으로 변화함에 따라 해군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양을 주전장이자 완충지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군이 최일선 방어군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의 발전은 당연한 수순이다. 해군력 규모에 대해서도 당위론자들은 '적정수준의 억지력'을 내세우고 있다. 주변국을 능가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억지할 수준의 전략군을 갖추는 것은 우리 경제력으로 봐도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해군 10년전부터 숙원사업으로 추진

대양해군 건설을 가장 강력히 주장하는 측은 해군이다. 해군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대양해군에 필수적인 전략기동함대를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김 대통령이 해사 임관식에서 건조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이지스함'은 전략기동함대의 핵심적 구성요소로 해군의 구매희망 목록 1호다. 해군의 계획에 따르면 전략기동함대의 큰 골격을 갖추는 시기는 2010년 경이다.

그러면 전략기동함대란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전략기동함대는 미국의 항공모함전투단이다. 미국이 다수의 대규모 기동함대를 보유하고 있는 전략적 목적은 자명하다. 전지구적 차원에서의 전략적 억제, 해양통제, 세력 투사(Power Projection), 힘의 시현(Presence)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분쟁지역이나 분쟁위험지역에 대해 바다로부터 접근하는 항모전투단의 시현효과는 엄청나다. 많은 분쟁에서 미국은 항모전투단을 신속히 파견함으로써 총 한방 쏘지 않고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12척의 항모를 중심으로 편성된 미국의 전략기동함대들은 교대로 5대양을 1년내내 누빈다.

항모전투단은 항모 1~2척과 함재기 60~120대, 핵잠수함 4~5척, 다수의 순양함ㆍ구축함 등 호위함, 조기경보통제기로 편성돼 있다. 항모전투단은 경우에 따라 해병기동부대를 태운 상륙지휘함과 동행함으로써 공격력을 최대화한다.

항모전투단을 외부 위협으로부터 방어하는 호위함의 핵심은 이지스(AEGIS) 시스템 탑재 순양함과 구축함이다.

한국해군이 지향하는 전략기동함대는 미 해군과는 다르다. 크게 축소된 형태다. 한국의 대양해군 작전개념도 미국과 다르다. 미국의 대양해군은 대형 항모를 주축으로 전세계 어느 해양에서나 장기체류하면서 작전할 수 있는 해군력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양해군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이나 동중국해~한국해역의 원해 해상교통로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작전기간과 형태도 상시체류가 아니라 '상당기간'의 독립적인 해상ㆍ공중ㆍ해저 입체작전 수행이 목표다.

해군이 궁극적으로 건설하고자 하는 군사력은 3개 해역함대와 1개 전략기동함대. 한반도 3면의 연근해를 커버할 각 해역함대는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고속정으로 편성된다. 기존 함대의 편제를 보다 충실히 한 형태다.

하지만 전략기동함대의 편제는 이와는 비교가 안될 수준의 대형ㆍ고급 함정으로 이뤄진다.

해군의 전략기동함대 건설 원칙은 '균형된 전력구조'다. 수상함, 잠수함, 항공전력, 상륙전력을 고루 갖춘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항공전력은 P-3C 해상초계기와 수직이착륙기를 의미한다. 특히 수직이착륙기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형 항모를 보유해야 한다.

아울러 상륙전력은 해병대와 상륙장비를 탑재할 상륙강습함이 필요함을 뜻한다. 현재 국방예산과 여건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균형된 전력구조를 갖추는 것은 중단기적으로는 생각하기 어렵다.


2010년까지 대양해군 골격 갖출계획

해군은 이에 따라 2010년까지 수상함과 잠수함을 중심으로 하는 대양함대의 골격을 먼저 갖출 계획이다.

7,000톤급 이지스 구축함(KDX-3) 3척, 4,500톤급 신형 한국형구축함(KDX- 2) 6척, 3,500톤급 한국형구축함(KDX-1) 3척 및 1,800톤급 차기잠수함(SSU 212형) 3척이 그것이다.

전략기동함대는 여기에 1만톤급 상륙강습함과 대형군수지원함, P-3C 대잠초계기, 신형 대잠헬기가 추가돼야 한다. 해군이 계획중인 전략기동함대는 항공엄호와 전력투사, 응징보복, 고공요격능력을 갖추게 된다.

전략기동함대 보유 계획은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을 볼 때 충분히 당위성이 있다. 일본은 2,000해리 원양작전이 가능한 '88함대'를 구축해 놓고 있다. 88함대는 이지스 구축함 4척이 중심이 된 기동함대다.

일본은 앞으로 이지스함을 4대 더 보유할 계획이다. 중국도 대양해군 건설을 위해 항모 구입에 고심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최근 러시아제 소브레메니급(7,000톤) 구축함 2척을 도입한데 이어 루하이급(6,600톤) 구축함 추가생산에 들어갔다.

한국해군이 일본, 중국에 맞서 거함경쟁에 나서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북아의 세력균형자로서 전쟁억지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전략기동함대 보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해군의 계산이다. 문제는 돈이다.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은 160개의 공중목표를 동시 추적해 이중 18개를 스탠더드 미사일로 동시 공격할 수 있다. 기동함대는 이지스 구축함이 펼치는 방어망이 없으면 떠다니는 표적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척당 최소한 1조5,000억원이 드는 이지스함 도입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략기동함대의 다른 함정들을 도입하는데도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예산책정과 분배는 정치권과 각 부처, 나아가 각 군의 파이 나누기 경쟁이다.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기 위해서는 국민에 대한 설득과 정치적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 전략기동함대 건설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28 20:07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