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자원봉사

부시 행정부 들어오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이다. 부시가 선거운동 당시 감세와 함께 주된 공약으로 내세운 소위 'Compassionate Conservatism' 정책의 하나다.

정부만으로는 지역사회가 종교 및 자선단체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면서 출범한 부시의 'Faith-based Initiative' 정책은 초기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많은 종교단체들이 연방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게 되면 정부의 간섭도 함께 받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라는 원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종교단체의 관료화와 부패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정부와 권력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시작된 나라이다. 식민지 정부의 과중한 세금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독립전쟁으로 신대륙에 신생 연방국가를 세운 미국인에게는 정부는 자신의 개척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필요악으로서만 존재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모든 일은 조그마한 마을 단위로 결정되고 시행되었으며 특히 교회를 중심으로 사회구휼 활동 등이 이루어져왔다.

특히 빈민구제나 문맹퇴치 등의 사회구조 활동은 대부분이 자원봉사단체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20세기 초 대공황이 쏟아낸 실업자와 빈곤을 종교 및 자선단체만으로써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 되자 정부는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여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사회보장제도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어 앞으로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게 될 때쯤에는 파산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공화당에서 들고 나온 것이다. "사회보장이야 말로 바로 정부의 비효율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연방정부만으로는 모든 사회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

그러니 미국 사회의 전통으로 돌아가 종교 및 자선단체들이 사회구조 활동을 펴도록 하자. 이를 위해서 정부에서 종교단체 등에 재정보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종교단체 등을 비롯한 자원봉사자에 의하여 많은 사회구조 활동이 이루어진다.

적십자나 구세군 등의 세계적 조직을 갖춘 단체 뿐만 아니라 4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를,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지 파견할 수 있는 'AmeriCorps' 같은 단체가 미국 내에서의 빈곤과 문맹퇴치를 위해서 정성을 다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병원의 안내와 접수구에는 나이 많은 노인네들이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법원에서도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크다. 교통규칙 위반으로 재판받으러 온 사람에게 법정이 어디에 있는지, 벌금은 어떻게 납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하여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심지어는 스키장을 가더라도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어떻게 스키용품을 빌리는지, 빌린 용품이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도와준다. 동네아이들의 야구팀이나 축구팀의 감독이나 코치, 심판은 당연히 부모 중에서 경험있는 사람이 자원봉사하며, 카운티 레크리에이션 센터의 프로그램도 대부분 자원봉사자에 의하여 운영된다.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나 등산객이 즐겨 이용하는 공원의 산책로는 그 이용자들이 스스로 보수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워싱턴 DC 지역의 산악자전거 모임은 연간 2,000여 시간 이상을 주위의 트레일을 보수하는데 쏟아붇는다. 우리가 즐기는 트레일을 우리가 보수유지하지 않으면 조만간 황폐해져 버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따라서 그들은 오히려 가만히 있는 관리당국을 부추겨 봄과 가을에 귀중한 주말시간을 이용해 삽과 괭이 등을 들고나와 겨우내 눈과 여름의 폭우로 무너진 길을 복구한다. 더욱 황폐해질 가능성이 있는 곳은 아예 폐쇄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서 오늘날 세계를 제패하는 미국의 힘의 근원을 볼 수 있다. 바로 내 주변은 내가 책임지며, 내 스스로가 먼저 가꾼다는 지역사회 의식이다. 그리고 그러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나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바로 미국의 얼굴인 것이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입력시간 2001/03/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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