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16)] 진돗개의 품성, 영감(ESP)(1)

진돗개의 가장 큰 특성은 누가 뭐래도 영감(ESP)이 뛰어난 것이다.

우리 인간의 영감은 퇴화된 기능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 거의 모든 동물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야생동물들은 이 기능이 뛰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개과 동물은 특출한 편이다.

우리는 이런 특출한 영감의 세계를 야생동물 관련 TV 프로그램이나 비디오물에서 늑대나 아프리카 야생개, 하이에나와 같은 동물의 행태를 통해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집단생활을 하는 개과 동물들은 복잡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므로 이런 기능이 자연스럽게 진화되었을 것이다.

진돗개와 관련된 많은 전문가, 사육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명제 중의 하나가 진돗개의 내적 특성이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들은 진돗개의 '충성심', '영리함', '용맹함', '수렵성', '귀소성'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반드시 진돗개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만은 없다. 이런 특성은 이른바 추적 사냥을 하는 하운드(Hound)류의 공통된 특성이다. 그리고 충성심, 영리함, 용맹함과 같은 성품은 개라는 동물의 종족적 특성이다.

사실 이제까지 전문가들 사이에 진돗개의 내적 특성으로 집을 잘 찾아오는, 즉 귀소성과 같은 성능이 언급되었을 뿐이지 영감이라는 감각의 세계가 언급된 적은 없다. 그러나 필자는 진돗개의 가장 큰 특성으로 이것을 꼽고 싶다.

이런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진돗개의 특출한 영감의 세계는 대다수의 사육자들이 쉽게 겪어 볼 수 있는 일이다.

이제까지 영감, 특히 개에서 영감의 세계는 세계의 동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으며 단순히 감성적인 것으로 취급되어 왔다.

이는 현재 인간의 학문 세계가 동물의 감각을 이해하기 위해 충분한 연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개가 지진을 예언할 수 있다면 그들은 어떤 감각을 이용하는 것일까. 먼 곳으로 팔려가거나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간 개가 이전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수백 킬로의 길을 따라 어떻게 집으로 찾아 올 수 있을까.

단순한 지력을 지닌 연어가 그 먼 바닷길과 험한 강을 지나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어떻게 찾아 갈 수 있을까. 비둘기는 또 어떻게 그 먼 길을 날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실제로 동물, 특히 개에게 제 6감이라 할 수 있는 영감이 있는지에 대하여 외국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행동생물학자 니코 틴버겐(Nikko Tinbergen)은 이렇게 말했다. "살아있는 생물체 사이에서 특별한 감각의 지각(知覺)작용으로 영감(ESP)이 나타날 수 있다.

'박쥐의 반향 위치 결정법', '물고기의 측선(lateral line) 작용', 전기를 띤 물고기가 먹이를 발견하는 방법 등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전부터 그것은 '초감각'이라고 알려졌었다."

1880년, 저널 '더 비터리너리 레코드'(The Veterinary Record )의 기록에는 '도쿄 지진이 일어나기 바로 전에 고양이들은 숨을 곳을 발견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고 했다. 동물들이 특별하고 끔찍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결론이 내려져 있다.

일본인들은 거위, 돼지, 그리고 개들은 이런 면에서 더 민감하다고 말한다. 타임즈(Times)에 기재되었던 또 다른 기록은 칠레의 지진에 관한 것인데, '칠레에서 충격이 느껴지기 전에 모든 개들이 탈카우아노(Talcahuano)시에서 도망갔다고 전해진다'고 적고 있다.

스페인에 살고 있는 영국인 수의사인 랭그리지(R. N. Langridge)는 그의 개인 독일 세퍼트 올리버(Oliver)가 지진 전에 소란을 피우며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고 말한다.

중국인들도 동물의 행동이 1975년 헤이쳉(Haicheng) 지진을 예언하는 조짐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개는 정말 지진을 예언하는 게 아닐까.

그들은 분명히 제 6감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 관심도 이 사건 후에 증가되었다. 1982년 출판된 물리학 교수 헬뮤트 트리뷰츠(Helmut Tributsch)의 책, '뱀들이 깨어날 때'(When the Snakes Awake)에서 첫 번째 관심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트리뷰츠 교수는 개 또는 다른 동물들이 지진에 앞서 일어나는 정전기적 변화를 알아낼 수 있고, 이를 그들의 제6감이라고 믿었다. <계속>

윤희본 한국견협회회장

입력시간 2001/04/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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