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 애니메이션] 잘 꾸며논 한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

▣ 만화로 보는 한국단편문학선집 1,2

/김동화 지음

황순원의 '별',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김동인의 '감자',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 작품들은 국내 단편 소설이 최고의 르네상스를 맞았던 1930,1940년대 발표된 대표적인 단편 문학들이다. 토속 정취가 물씬 흐르는 주제와 배경, 맛깔스런 어휘, 잘 짜여진 스토리 전개로 한국 단편소설사에서 여전히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그간 영화, 연극, TV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단골 소재로 쓰여져 온 이유도 작품이 갖는 완성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런 단편소설을 만화로 담은 '한국단편문학선집1,2'(시공사 펴냄)가 출간됐다. 1999년 타이페이 아시아 만화제 최고 창의상을 수상한 바 있는 만화가 김동화가 엮은 이 책은 1930~1940년대의 주옥 같은 한국 단편소설을 만화라는 또 다른 형식을 빌려 선보이고 있다.

이 책은 기존 단편 소설의 원작을 거의 훼손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내용과 줄거리는 거의 똑같고, 단지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대사에만 약간의 첨삭을 가했을 뿐이다. 그런데 표현 형식의 변화가 있는 만큼 독자가 느껴지는 감동도 조금은 색다르다.

김동화라는 만화 작가가 단편 소설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이 그림 속에 더 녹아 있다. 작가의 시각은 너무도 한국적이며 토속적이다. 한국적 한(恨)과 정서가 어두운 배경 속에 짙게 배여 난다. 일반 통속 만화가 주는 흥미와 선정성 같은 요소는 찾아 볼 수 없다.

저자는 주인공들의 대사 보다는 작가의 시각에서 쓴 독백으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그 만큼 작가가 많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입 정도는 원작의 범위를 절대 넘어서지 않는다.

그것은 만화라는 장르가 주는 또 다른 맛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면이다. 글과 마찬가지로 그림도 소박하고 정감이 넘친다. 인물은 굵고 단순한 선으로 투박하게 묘사하고, 배경은 가는 선을 이용해 사실적으로 그렸다.

어린시절 단편 문학을 처음 대했을 때 느낀 감동을 다시 곱씹어보게 해준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4/03 19:34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