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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4월이 오면

[미국 들여다보기] 4월이 오면

4월은 우리에게 잔인한 달로 다가온다. 4ㆍ19 학생의거로 시작된 4월의 항쟁정신은 1960, 1970년대를 거쳐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우리 세대에게 4월은 온 캠퍼스를 최루탄 연기로 가득 채우면서 젊은이의 이성과 정열을 불태우기 시작하는 달이었다.

미국의 4월도 그리 편안한 달은 아닌 것 같다.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변에는 벚꽃이 몽우리를 머금고 봄을 재촉하고 있지만 꽃샘추위 탓인지 기온은 빙점 가까이를 맴돌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4월은 세금의 달이다. 모든 납세의무자들은 매년 4월 15일까지 그 전해의 수입과 지출에 근거한 세금보고를 하여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4월은 세무서와 씨름해야 하는 달이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월급쟁이들은 봉급에서 미리 세금을 공제하게 되는데 세금공제는 주로 연소득액에 따라 일률적으로 공제하기 때문에 개인마다 다른 공제혜택이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혼자 아파트에 세들어사는 독신 생활자와 두세명의 자녀를 두고 교외에 집을 사서 주택 할부융자금을 내고 있는 가장은 받는 봉급액수가 같더라도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소득세액은 다르다. 우선 부양가족에 따른 공제액이 차이가 난다.

키워야할 아이가 있는 집과 혼자 사는 집에 똑같이 세금을 물릴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미리 세금을 공제할 때 부양가족 수를 기준으로 하여 독신자는 세금을 더 많이 떼고 가족이 있는 사람은 세금을 더 적게 떼면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 다음으로 세금부담액에 차이를 주는 것은 주택 융자금이다. 미국의 주택구입은 대부분이 장기 할부구입이다.

물론 집을 파는 사람은 일시불로 대금을 지급받지만 사는 사람은 대개 매수대금을 은행에서 빌리는데 보통 15-30년 만기로 갚아나가는 것이다. 이때 주택구입을 위해 융자한 돈에 대하여 내는 이자는 연방세금에서 공제된다.

그런데 장기대출의 경우 처음에 내는 할부 납입금의 90% 가까이는 이자로 지불되고 나머지 10% 정도가 원금을 갚아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이자를 모두 세금에서 공제받는다면 엄청난 감세혜택을 받는 것이다.

모든 일하는 가정이 적은 돈으로도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고려에서 만들어진 조세제도다. 그밖에 교회나 사찰, 비영리 사회단체, 자선단체 등에 기부한 돈도 세금공제 혜택을 받는다.

또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를 유치원이나 탁아시설에 맡겨야 할 수밖에 없을 때는 그 비용도 세금에서 공제된다.

이처럼 세금보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도 있는가 하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미국의 4월은 납세자를 골치아프게 하는 것이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세무서는 국민이 가장 경원시하는 곳이기 마련인데 미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한가지 다른 것은, 미국의 국세청은 국민에게 최선의 편의를 제공해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먼저 국세청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개인의 소득세에서부터 시작해서 기업의 세금보고 등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놓고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예를 들어가면서까지 성의껏 설명을 하여놓았는데 특별히 복잡한 절세대책을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면 별 무리 없이 웬만한 세금 문제는 해결할 수 있도록 일반인도 잘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도 더 필요한 정보가 있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수신자 부담의 상담전화를 걸면 된다. 일반적으로 30분 가까이 기계와 통화해야 살아있는 사람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일반기업의 수신자 부담 고객 상담전화와는 달리, 국세청의 상담전화는 적어도 5분 이내에 관계 당사자와 직접 통화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금은 미국인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중 하나다. 미국인의 많은 자선 기부활동의 이면에는 세금감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은행에서 주는 개인수표책에는 세금감면 대상인지 아닌지를 표시하는 난까지 미리 인쇄되어 있다. 미국 선거에는 항상 세금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된다.

반면 우리는 선거과정에서 세금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적이 없다. 그러나 세금이 정치의 화두가 되었을 때, 국민의 조세저항을 정치인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야말로 참다운 조세정의의 실현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입력시간 2001/04/0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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