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51)] 황사, 지구건강의 척도

봄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다름아닌 황사 때문이다. 춘곤증과 꽃샘 추위가 봄의 시작을 시샘한다지만, 황사만큼 확실하게 봄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 맑고 따스한 봄의 기운을 여지없이 흙먼지로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중국 황토지대의 미세한 모래먼지가 건조한 봄철의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쪽지방으로 날아오는 현상인 이 달갑지 않은 황사, 특히 지난 겨울 중국 내륙 지방의 심한 가뭄과 고비사막의 사막화 현상의 가속화는 올해의 황사를 더욱 극심하게 만들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황사의 발원지는 중국의 타클라마칸 사막, 고비 사막, 황하 상류의 알리산 사막과 같은 광활한 황토지대다. 황사의 주성분은 미세 한 먼지인데, 그 속에는 실리콘, 알루미늄, 칼륨, 철, 칼슘, 마그네슘 등의 산화물이 포함되어 있고 입자의 크기는 0.25~0.5mm정도다.

한 번의 황사가 100만 - 200만 톤의 먼지를 운반할 정도이므로 온 하늘을 누렇게 덮는 것은 당연하다. 이 황사 현상은 매년 3월~5월까지 약 3개월 동안 나타나는데, 발원지에서는 연중 20회 정도 발생하고, 그 중 10~30%가 우리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로 황사를 운반하는 힘은 고도 5~7㎞ 상층부의 편서풍이다. 이 편서풍이 매우 강할 경우 하와이와 미국 본토에 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황사는 호흡기 질환, 눈 질환,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미운 존재다. 최근에는 중국의 빠른 산업화에 따라 황사에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 발암 물질 등 많은 유해 오염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황사에 포함된 미세 분진들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에 의해 질소산화물(NO), 황산화물(SO) 등을 생성하기도 하기 때문에 흡연자들의 만성 기관지염을 악화시키고, 면역기능이 약화고 폐활량이 적은 노인과 영아에게는 호흡기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원인도 된다.

더구나 최근에는 구제역 등의 치명적인 가축질병의 원인균이 황사를 타고 이동하기도 하므로 농축산가정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반도체 등 먼지에 약한 첨단 장비에도 치명적이긴 마찬가지다. 다만 황사의 성분 중 칼륨이온이나 칼슘이온처럼 알칼리성을 띤 물질이 많기 때문에 산성비와 산성 토양을 중화시키는 단순한 순기능이 있을 뿐이다.

얼마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유난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아 황사의 유독성에 대한 주의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가급적이면 황사가 심할 때는 외출을 삼가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귀가 후에는 손발은 씻고 양치질을 해야 한다는 말이 예사스럽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황사 때문에 이비인후과, 안과, 내과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가 약 10%-15%가량 증가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황사에는 이렇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가? 솔직히 아직은 뚜렷한 과학적 해결책이 없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중국 사막지역에 방풍림을 조성할 계획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황사발생의 근원지인 중국 우란부허(烏蘭布和)사막과 모우스(毛烏素)사막, 바단지린(巴丹吉林)사막 중에서 적정지역을 선정해서 방풍림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고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1996년부터 중국 3개 사막지역에서 방풍림의 형태에 따른 황사방지 효과를 실험해 오고 있는데, 연구결과 2m 높이의 방풍림을 조성할 경우 방풍림 뒤편 20m 이내에서 황사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중국 전체면적 9억6,000만㏊의 15.9%인 1억5,000만㏊가 사막지역이라, 이 방대한 지역에 방풍림을 조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매년 반복되는 황사의 예방과 사막화 방지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무차별적 산업화와 사막화를 막는 근본적인 접근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04/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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