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표정과 몸싲의 예술세계로 빠져들기

■러시아 무언신체극단 데레보의 'Once.'

러시아 극단 데레보가 다시 한번 국내 관객을 만난다. 1년 전 첫 내한 공연에서 매진을 기록하며 예상 밖의 큰 호응을 얻은 데 힘입은 재공연이다.

4월5일부터 8일까지 역삼동 LG 아트센터에서 선보일 데레보의 공연 작품은 지난해와 같은 'Once.'. 지난번 공연 이후 재공연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 같은 작품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영화에 비해 대중적 관심이 떨어지는 연극, 그것도 말이 통하지 않는 러시아의 생소한 극단이 국내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는 바로 데레보의 존재 근거에 있다.

러시아어로 나무를 뜻하는 데레보는 개방이 시작되던 1988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결성된 무언신체극단. 보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Non-verbal Physical Theater를 지향하는 데레보는 안톤 아다진스키라는, 정식 연극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한 창의적인 사람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공연 양식을 위해 50명의 젊은이들을 모집, 생쌀만 먹으며 영하 40도의 시베리아 눈 속을 구르게 하는 등 1년 간 혹독한 훈련으로 정신과 육체를 새롭게 하도록 했고 끝까지 살아남은 5명으로 극단을 꾸렸다.

그리고 이들은 말 대신 만국 공통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춤, 소리, 빛 등으로 객석과의 새로운 의사소통을 이루어 냈다. 전통적인 마임의 영역을 한단계 높인 대단히 섬세하고 복잡다단한 데레보의 예술세계는 이미 에딘버러 페스티벌을 비롯, 유럽 각국 순회 공연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Once.'는 데레보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적한 바닷가 카페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와 그를 흠모하는 늙은 청소부.

하지만 웨이트리스가 어느날 카페를 찾은 젊은 신사에게 한눈에 반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청소부는 사랑의 신 큐피드까지 동원, 사랑의 화살을 쏘게 하지만 어리숙한 큐피드가 쏘는 화살은 번번이 빗나간다.

급기야 청소부는 젊은 신사를 악마로, 웨이트리스는 공주로, 자신은 악마의 꼬임에 빠진 공주를 구출해야 하는 정의의 기사라고 상상하기에 이른다. 신사와의 결투에서도 역부족인 청소부. 결국 웨이트리스와 신사는 결혼에 이르고 홀로 남은 청소부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한탄한다.

줄거리는 단순하고 동화적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눈물과 웃음, 사랑과 애절함, 환상과 현실 등 갖가지 감정들이 녹아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레보 단원들의 몸짓은 극도로 단순하면서도 동시에 복잡 미묘하다. 고도로 훈련된 단원들은 표정 하나, 단순한 동작 하나만으로도 사건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마치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다. 여기에 음악, 형형색색으로 바뀌는 무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소품 등은 관객들로 하여금 "말이란 얼마나 불필요한가"를 느끼게 할 만큼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아낸다. 공연문의 (02)2005-0114


[전시]



ㆍ이미지 미술관

전국문예회관 연합회와 지방 3개 도시가 공동 주최하는 '이미지 미술관' 순회전이 4월6일부터 20일까지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이미지와 미술관의 관계를 주제로 한 매체 및 설치 미술전으로 '전시장' '부대시설' 등의 비디오, 설치물 23점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참여 작가는 박지아 김창겸 이상준 홍지연 양만기 한수정 등 18명. 8월 중 부산과 안양에서도 전시일정이 잡혀 있다. (02)580-1401



ㆍ대왕암에서 간절곶까지

현대예술관 갤러리가 기획한 두번째 지역작가 초대전. 지난해에 이어 대왕암과 간절곶이 있는 울산 지역 화단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의 작가 12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조명호 양희성(서양화), 이상열 안덕수(한국화), 이권수 이희석(조소), 이수옥 이은규(서예), 한진안 이혜숙(공예), 홍양원 홍종화등 울산의 지역 정서를 담아내는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4월13일까지 현대예술관 갤러리. (052)230-6134


[뮤지컬]



ㆍ루비치

한중일 삼국의 연극인들이 공동 작업한 아크로바틱 뮤지컬. '보여주는 뮤지컬,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이라는 모토로 서커스와 뮤지컬, 동양적 정서를 결합한 이색적인 공연이다.

3국의 전설과 민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천년 묵은 여우와 인간의 사랑을 줄거리로 3국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며 중국의 경극과 일본의 가부키를 응용한 분장과 의상, 각국 전통 교예에 바탕을 둔 다양한 동작, 동양 전통의 음악 등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4월8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02)780-6400

[음악회]



ㆍ장유상 초청 독창회

베르디 전문 가수 겸 오라토리오 독창자로 이탈리아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장유상 단국대 음대 교수가 독창회를 갖는다. 마리아 칼라스 국제 성악 콩쿠르 우승을 비롯, 국제 무대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그의 이번 무대는 레퀴엠 '주여 자비를'을 비롯, 19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12곡으로 꾸며질 예정. 반주는 진용재가 맡는다. 4월6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02)720-8247

[연극]



ㆍ베니스의 상인

서울시 극단이 세계명작희곡 시리즈의 다섯번째 무대로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희극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을 무대에 올린다. 채윤일 연출, 이태주 예술감독. 유태계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역은 중견 배우 권성덕이, 남편을 구하기 위해 재판관으로 변장, 명판결을 내놓는 포오샤는 김혜옥이 분한다. 그밖에 박봉서 여무영 곽동철 김종철 등이 출연한다. 4월12일부터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날인 23일에는 모든 관람료가 5,000원으로 할인된다. (02)399-1647

[음반]



ㆍ점아점아콩점아

민요 연구회 아리라오 대표를 지낸 김애영 소리맥 연구소 대표가 어린이 민요음반을 냈다. '강강술래' '옹헤야' '쾌지나 칭칭 나네' '흥게방게 타령' '비자나무' 등 요즘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새롭게 해석한 전래동요와 민요, '이불놀이터' '동글동글 송편' 등 어린이들의 생활과 정서를 담은 창작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곡은 색동어린이 합창단과 난우초등학교 판소리반, 인헌초등학교 전래동요반 어린이들이 불렀다.

[어린이]



ㆍ피아노로 듣는 어린이 세계

경기도 양평 소재 바탕골 예술관이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음악회. 1대의 피아노를 둘이서 연주하는 Four Hands 연주회로 2대의 피아노를 둘이서 연주하는 것과는 또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연주는 이선경 국민대 교수와 서혜영 성결대 교수. 드비시의 'Petite Suite', 슈베르트의 '어린이 행진곡'과 '군대 행진곡', 비제의 'Jeux d'enfants' 등 모두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함을 표현한 곡들이다. 4월5일 오후 2시. (031)774-0745

[국악]



ㆍ왕조의 꿈, 태평서곡

국립국악원이 건원(建院) 1400년, 개원 50주년을 기념해 200년 전 궁중연례를 재현한다. 1795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맞아 화성에서 베푼 궁중연례 봉수당진찬을 음악, 노래, 무용이 어우러지는 공연 형식으로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것. '원행을묘정리의궤'의 기록을 토대로 궁중 복식은 물론, 궁중 음식까지 그대로 복원하되 현재 전래되고 있는 궁중음악의 레퍼토리를 결합, 전통 궁중음악의 현대적 계승을 시도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 국립국악고등학생 등 150여명이 무대를 꾸민다. 4월11일부터 15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 (02)580-3300

[비디오]



ㆍ무사

얼마 전 극장 개봉했던 일본 영화 '무사'가 비디오로 나왔다. '철도원'을 감독한 후루하타 야스오가 만든 이 작품은 에도 막부 3대 장군인 도쿠가와 이에미츠가 후처의 자식을 후계자로 삼기 위해 본처에게서 낳은 다케치요를 없애고자 벌이는 음모를 그린 사무라이 액션물. 아버지의 밀명을 받고 급습한 군대와의 전투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다케치요와 7인의 사무라이의 생존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나라야마 부시코'의 오가타 켄, '춤수는 대수사선'의 오다 유지 등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은 얼굴들이 출연한다.


ㆍ듀스 비갈로

지난해 개봉된 디즈니 영화 '쿠스코?쿠스코!'에서 황제의 목소리를 연기한 롭 슈나이더 주연의 코미디 영화. 남창을 뜻하는 지골로에 관한 이야기로 우연히 지골로가 된 한 남자가 사랑과 성공을 얻기까지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수족관 청소부 듀스 비갈로는 지골로인 안토안으로부터 유럽 여행 기간 동안 자신의 수족관을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하지만 듀스 비갈로는 실수로 수족관을 박살 내고 6,000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안토안의 고객들을 상대하러 나선다. 제작은 '빅 대디'와 '워터 보이'의 아담 샌들러가 맡았다. 4월4일 출시 예정.

『 시사실 』


◆ 던젼 드래곤

컴퓨터 그래픽이 만든 대형 판타지 물. 시공을 알 수 없는 배경에 용과 마술이 지배하는 줄거리, 극단적인 선악 구도 등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오락영화다. '매트릭스'의 제작자와 '인디아나 존스'의 특수효과맨, '타이타닉'의 시각효과팀원이 손을 잡았으니 보지 않아도 대충 분위기를 짐작할 만하다. 1983년 TV 시리즈로 제작, 미국 내에서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귀족과 평민으로 나뉜 이즈멜 제국. 계급제도를 철폐하려는 어린 여왕 사비나(도라 버치)에 맞서 사악한 마법사 프로피온(제레미 아이언스)이 왕위 찬탈을 노린다. 두 사람의 무기는 다름 아닌 용. 프로피온은 왕족이 지배하는 용들을 제압하기 위해 전설 속에 존재하는 '사브릴의 지팡이'를 찾아 용중의 용 레드 드래곤을 손에 넣으려 한다. 좀도둑 리들리(저스틴 왈린)와 스네일즈(말론 웨인즈)는 우연히 여왕을 구하려는 소녀 마법사 마리나(조 맥럴렌)를 알게 되고 이후 모험이 시작된다.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의 가장 주요한 수단이 된 이래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지만,정작 관객들을 실제와 환상의 경계로 이끄는 작품은 별로 많지 않다. '던젼 드래곤'도 그 중 하나.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몰입시키기에는 너무나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와 인물들이 방해물로 작용한다. 데뷔작에서 코트니 솔로몬 감독이 전범으로 삼은 '스타워즈'와 '인디아니 존스'에 버금가려면 더 많은 내공을 쌓아야 할 듯. 4월7일 개봉.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4/06 19:28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