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안전사용법] 잘 챙겨라, 그리고 빨리 신고해라

신용카드 가맹점이 지난해 말 전국적으로 860만 곳을 돌파하면서 대도시에서는 카드를 받지 않는 업소를 찾아보기가 힘들게 됐다. 그만큼 카드 소지자에게는 편리해졌지만 자칫 잘못하면 직접 피해를 볼 수 있는 함정도 늘어났다.

그래서 신용카드 사용에 관한 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안전하고, 개인정보의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카드 소지자가 본의 아니게 금전적인 피해를 보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카드를 도난, 혹은 분실했을 때 제3자가 사용한 카드 대금이나 사용하지 않는 카드의 대금이 엉뚱하게 청구된 경우, 또 제3자가 명의를 도용해 부적절하게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경우 등이다.


부당한 대금청구엔 항변권 활용

부당한 대금청구서가 날아오면 일단 해당 카드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소비자단체에 의뢰해 카드 소지자의 기본권리인 항변권을 활용하는 게 문제해결의 가장 빠른 길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의 도영숙 고발상담실장은 "부당한 요금청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항변권이 있다는 점을 모르는 카드 소지자가 의외로 많다"면서 "소비자는 항변권만 잘 활용하더라도 상당한 금전적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변권 활용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회원규약에 의한 귀책사유가 없거나 또는 적어야 한다. 이는 카드를 신청할 때 회원규약에 규정된 대로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했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경우 카드 소지자가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카드 소지자의 주의의무와 관련, 신용카드회사의 연합체인 여신금융협회의 황명희 팀장은 "신용카드를 남에게 빌려주거나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말고 카드 뒷면에 반드시 서명을 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도 고발상담실장은 "카드 분실에 따른 보상기간이 25일로 늘어났지만 보상제외 항목이 적지 않다"면서 카드신청서의 보상제외조항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했다.

그는 또 카드를 수령할 때 뒷면에 서명을 해 복사해두면 분쟁시 입증자료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충고했다.

카드회사는 소비자와 분쟁이 발생하면 카드를 현금과 같이 주의를 기울여 관리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예컨데 카드를 차안에 둔다든지, 어디다 두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관리소홀로 보상을 거부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카드를 정기적으로 제 위치에 안전하게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 신고해야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일단 신고를 하면 신고한 날(통상 전화한 날)로부터 전후 25일간 사용된 금액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통상 소비자가 카드 관리의 의무조항을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를 놓고 카드사와 분쟁이 발생하곤 하는데, 그때는 소비자단체를 이용하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친척이 카드를 몰래 사용한 A씨의 경우, 카드사는 소지자의 관리소홀로 전액보상을 거절했으나 카드를 매일 휴대중인 가방에 넣고 다녔고 카드 뒷면에 서명을 했으며 보상기간내 신고했다는 소비자 단체의 항의를 받고 거의 전액을 보상하기도 했다.

카드 분쟁에 도움을 주는 소비자단체로는 한국소비자보호원(02-3460-3000), 한국소비자연맹(02-794-7081), 녹색소비자연대(02-747-4998) 등이 있다.

소보원측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분실에 따른 분쟁 가운데 카드관리 소홀에 따른 카드사의 보상 거절이 11%, 보상기간 경과가 8%, 카드신고지연이 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관리를 철저히 하고 즉각 신고할 경우 많은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용하지 않은 카드대금의 청구는 최근 인터넷 홈쇼핑 분야에서 많이 발생한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는 카드번호, 유효기간, 주민등록번호, 비밀번호 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본인 확인절차를 취하고 있으므로 카드관련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되지 않도록 하는 게 엉뚱한 카드 대금 청구를 막는 길이다.

또 대금결제를 취소했을 경우 반드시 취소전표를 작성해야 뒤탈이 없다.


"꼭 필요한 카드만 소유"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 의해 명의를 도용당하는 경우는 카드사로부터 전액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명의를 도용한 사람이 친인척일 때는 분쟁의 소지가 있다.

부부가 공식 별거에 들어간 뒤 아내가 새로 발급된 남편의 카드를 사용한 B씨의 경우, 남편이 문제의 재발급 카드를 아내가 수령했고 카드가 서명이 안된 채로 사용됐다는 점을 입증해 카드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명의를 도용당했을 때 '카드사가 잘못했으니 바로 잡겠지'라는 식으로 미리 짐작해 방치해두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일단 카드청구서가 날아온 뒤 대금을 체불하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고, 은행 등 모든 금융회사에 통보돼 불이익을 받으므로 즉각 항변권을 활용해야 한다. 신용카드의 경우 5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등록된다.

어차피 신용카드에 의한 피해를 막는데는 정도가 없다.

"많은 사람이 쓸데없이 5~6개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데 그 많은 카드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지 여부를 따져보는 게 카드 피해를 막는 첫걸음"이라는 박진선 녹색소비자연대 신용경제팀장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소보원 분쟁조정 2국의 엄기섭 금융금융팀장의 충고처럼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을 아는 사람이라고 함부로 건네주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4/1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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