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사랑이 잉태한 마음의 상처

■ 엘리스와 마틴

앙드레 떼시네 감독은 누벨바그 이후에 등장한 프랑스의 유명 감독이 대개 그러하듯 평론가에서 감독으로 전업했다.

프랑스의 권위있는 평론지 '까이에 뒤 시네마'에 글을 썼는데, 철학과 연극에 대한 소양이 뛰어난데다 백과사전을 써도 될 정도의 박학다식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지적인 감독이 만든 영화는 난해할 것이라고 예단할지 모르나 <바로코>(1977), <랑데뷰>(1985)의 혼란을 빼놓고는 대개 멜로 드라마 형식에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담고있어 잠을 부를 정도는 아니다.

국내에는 위의 두 작품 외에 카트린느 드누브가 주연한 중년의 사랑 이야기 <도망자 마르뗑>(1986)이 출시되어 있다.

시골에 사는 한 가족의 70년에 걸친 가족사를 담은 데뷔작 <프랑스에 대한 추억>(1975), 이자벨 아자니, 이자벨 위페르, 마리 프랑스 피지에의 연기 앙상블이 빼어난 <브론테 자매>(1978), 사랑에 대한 열정과 부르조아적 관습 사이에 놓인 여성의 이야기인 <아메리카 호텔>(1982)과 같은 유명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최근 출시된 <엘리스와 마틴:Alice et Martin>(18세 등급, 크림 출시)은 1998년 작. 국내에 꽤 많은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어 인지도가 높은 줄리엣 비노슈가 주연한 영화이기에 수입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감수성이 남다른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섬세한 심리 드라마인가 싶은데, 영화의 후반부는 아버지 세대의 무책임한 사랑의 결과로 태어난 젊은이가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방황하게 된 원인, 즉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캐는 것으로 뻗어나간다.

박복과 청승이 넘쳐흐르는 빈약한 얼굴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극을 감당하노라 애쓰곤 했던 줄리엣 비노슈가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고자 헌신하는 여성상을 연기했다.

최근작 <초콜릿>에서는 밝은 미소까지 보여주어 의아스러울 정도였는데, 오히려 이편이 그녀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상대역 알렉시스 로렛은 여성들이 보면 단번에 반할 만큼 잘 빠진 몸매에 우수가 깃든 미남으로 데뷔작인 <엘리스와 마틴>에서 조르지오 알마니 의상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어머니(카르멘 마우라)와 살던 마르뗑은 앞날을 위해 아버지에게로 가야한다는 어머니의 고집으로 세 이복형과 의붓 어머니가 있는 아버지의 집으로 간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한밤중에 알몸으로 눈 내리는 밤공기를 맞으며 울음을 참는 조용한 소년.

10년 후 아버지의 사망과 함께 집을 뛰쳐나온 마르뗑(알렉시스 로렛)은 자신의 편이었던 막내형 벵자멩(마티유 아마릭)이 있는 파리로 간다. 배우 지망생이자 호모인 벵자멩의 집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엘리스(줄리엣 비노슈)를 만난 마르뗑.

가난한 예술가인 벵자멩과 엘리스는 집세를 아끼기 위해 한집에 살고 있었고, 우연히 모델로 픽업된 마르뗑이 함께 살면서 엘리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마르뗑의 집요한 구애에 마음을 열게 된 엘리스는 마르뗑의 요구로 그라나다로의 촬영 여행에 동행한다. 유적지를 관람하다 임신을 알리는 엘리스. 마르뗑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는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4/10 20:24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