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클리닉] 섹스는 스포츠

학창시절 구지가(龜旨歌)에 대한 강의를 하시던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거북아, 거북아 머리 좀 내밀어라'라는 노래가 "가락국의 원로들이 김수로왕을 맞이하기 위해 부른 노래"라는 설명이 어쩐지 어설프게 느껴진 적이 있다.

혹시 거북의 머리를 들도록 간절히 기원하는, 즉 고개를 숙이고 도대체 일어설 기색이 없는 성불능의 남편을 위한, 한맺힌 여인의 기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상상을 해보았었다.

또한 신라 헌강왕 시대의 향가에 나오는 처용가(處容歌)가 "처용이 역신(疫神)을 물리치기 위한 내용"이라기보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고 그 화를 달래려는 처용의 살풀이용 노래와 춤이었을 것이라는 말이 훨씬 설득력있게 생각되었다.

우리나라는 남자의 천국이어서 예로부터 첩실을 두어도 백안시당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고려가요에 나오는 여인의 음란함과 조선조 성종때 등장한 어을우동은 그 시대의 상상을 초월하는 프리섹스를 구가한 여인이었다는 기록도 엄연히 존재한다.

변태행위에 대한 기록도 여자끼리의 행위를 '맷돌치기'라고 하였고, 남자끼리의 행위를 닭의 교미를 빗댄 계간(鷄姦) 또는 비역, 남색(男色) 등으로 표현하였다.

영어로는 소도미(sodomy), 즉 소돔성에서 유래하였다는 어원을 가진 바, 섹스는 인류의 문화중 가장 일찍 발달하였음이 분명하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기억을 더듬어보건데 소설가 김주영씨의 작품 '객주'(客主)라는 대하소설에 관한 누군가의 서평중에 "그의 작품 속에서는 건강한 섹스의 내음이 물씬 풍긴다"는 추천의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자연스럽고 억제되지 않은 성의 표현만큼 훌륭한 것은 없으며 열정적이고 이해심있는 두 남녀간의 육체적인 기쁨을 즐겁게 나누는 것보다 더 거룩한 것은 없다"는 표현이다.

그래서 김주영의 객주는 D.H. 로렌스의 '차탈레 부인의 사랑'이나 헨리 밀러의 작품에서와 같이 외설에 가깝다는 견해를 갖기에 충분하다.

서두가 길었지만 섹스는 그냥 집안에서 치르는 허드렛 일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기혼자의 경우 가장 돈을 적게 들이며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사치(?)이며 자연적인 진정제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육체적, 정신적 스포츠인 것이다.

성적으로 좌절한 남자는 신경질적이고 화를 잘 내며 때로는 세상에 대해서도 분노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성적인 만족을 누리면서 성적인 존재로서 자기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남성은 긍정적인 인생관과 남들로부터 혈색이 좋다는 칭찬을 자주 받게 된다.

섹스가 가져다주는 운동효과는 심장박동을 증가시켜 혈액순환을 돕고 신경계통과 전립선을 자극하여 온몸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며 무엇보다 말초신경을 자극함으로써 엑스터시 뿐만 아니라 순수한 사랑의 감정에 흠뻑 젖게 해주는, 다시 말해 긍정적인 정신건강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일반에 잘못 알려진 것처럼 사정을 자주하면 수명이 짧아지고 일찍 노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생활을 하면 할수록 능력이 강화된다. 또한 성기는 절대로 닳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 고서에 잘못 기술된 것처럼 일생 중의 사정횟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일생중 섹스에 할애하는 시간은 통계적으로 고작 15-18일 정도뿐이며 극치감 또는 쾌감을 느낄수 있는 시간도 15-18시간일 뿐이다.

이러한 성의학 정보를 강조하려는 것은 모든 남성을 호색한으로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섹스를 긍정적 시각으로 보고 또 이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보라는 의도에서일 따름이다. 15-18시간, 15-18일은 통계상 수치일뿐이다.

성생활의 엔조이 시간을 두배, 아니 세배 이상으로 연장시키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항상 우울하고 답답한 뉴스만 접하게 될 때는 섹스를 활용하여 기분전환과 함께 경제적으로나 건강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작전을 우리 남성은 적극 펼쳐야 할 때다.

장광식 강남비뇨기과 원장

입력시간 2001/04/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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