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물러설 수 없는 패싸움

- 오청원의 치수고치기 10번기(18)

이와모토 본인방의 기풍은 '콩 뿌리기 바둑'이라 하여 담담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담담한 것은 인품이지, 그의 바둑은 끈질기고 매섭고 패가 장기인 사람이다. 오청원도 패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므로 이 십번기는 어느 대국을 보더라도 반드시 패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제1국은 중반이후 끝까지 패싸움을 하고 있으며 중국을 하고서도 문제가 남겨진 채 당시는 '백1집반 내지 2집승'이라는 기묘한 결과를 낳았다.

백을 든 오청원이 바둑에서 이겼지만 그 차이가 극히 작아 패싸움을 피차 양보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순간, 가일수를 하게 되면 1집승이고 가일수를 하지 않으면 2집승이었으니 늘 이 문제로 시끄러웠다.

당시 일본기원에는 뚜렷한 바둑 룰에 관한 규약이 없었으므로 실로 난감했다. "어느 편이든 패감이 많을 경우 마지막 패는 가일수하지 않고 중국 한다"는 잠정 규정이 있다는 것이 알려져 나중에 백1집승으로 정정되었다.

제2국은 7월21일 온천에서 벌어졌는데, 흑차례의 오청원은 불계승을 거두었다. 제3국은 흑차례인 본인방이 본래의 실력을 발휘해서 흑의 3집반승을 거두었다.

제4국은 흑차례인 오청원이 승리, 판세는 3승1패가 되었다. 바둑에서 흑을 들면 아무래도 유리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제1국에서 백으로 1집을 이긴 것이 판 자체를 오청원쪽으로 기울여버렸다. 마치 테니스에서 상대가 서브게임을 잃은 것처럼.

제5국은 10월, 본인방의 흑차례였는데 중반 거의 흑승으로 되어있는 바둑을 그가 실수를 하는 통에 오청원의 역전승이었다. 이런 바둑은 되돌리기가 뭣하다. 사력을 다해도 이길까 말까 한 바둑을 다 이겨있는 것을 이기지 못한다면 치수가 고쳐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제6국은 또 오청원의 흑차례여서, 그가 이겨 5승1패가 되었다. 치수를 고친다. 선상선이 된 것이다.

제6국이 끝난 후 종교공동체인 새우 속에서는 오청원의 아내를 악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세광존도 예전만큼 새우에 열중하지 못하게 된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 무렵 세광존은 오청원과 아내를 일부러 떼어놓고 만나지 못하도록 하고 그 대신 아내의 후배를 접근시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세광존이 법정에 오청원의 아내를 세우려는 낌새를 알아차린 오청원은 처음으로 세광존의 의향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것이 종교와의 인연을 끊는 선언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종교와 결별하는 데는 오래 가지 않았다. 4년간의 세광존과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추호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그때까지 오청원의 바둑은 순조로웠기 때문에 아무도 진정으로 오청원을 꾸짖으려 하지 않았다. 오청원을 지나(支那)인으로 경멸하고 꾸짖은 것은 세광존이 처음이다.

결국 그 복고적인 국수사상은 따라갈 수는 없으나, 새우에서의 4년간은 순수한 신자로서, 또 인간으로서 오청원이 고락을 같이 할 수 있었음은 귀중한 경험이었다. 그 생활을 통하여 스스로의 자만심을 반성케 하는 일도 많았고, 자기를 깊이 알 수 있었음을 오청원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제7국은 본인방이 중반을 지나기까지 흑차례의 우위를 지키고 있었으나 끝내기에서 실수를 하여 빅으로 끝나고 말았다.

재8국. 초반은 고전하였으나 중반에 힘을 내어 백차례로 3집반승을 거두었다.

제9국. 오청원의 흑차례로 이틀째 결판이 나서 흑불계승이었다. 이로써 상대전적은 7승1무 1패였다.

마지막 10국. 오청원은 그리 이겨야 할 까닭이 없어 그냥 패하고 말아 7승2무 1패로 끝났다.<계속>

[뉴스화제]



●한국후지쓰배 참패...조훈현 최명훈만 남아

한국이 후지쓰배에서 참패했다. 애당초 타이틀 보유자 7명이 참가해 최강의 드림팀이라고 불리던 한국이 본선1, 2회전을 치르고 난 뒤 7명 중 2명만 남아 있어 초반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월16일 일본기원에서 벌어진 제14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조훈현 9단은 중국의 '숨은 병기' 콩지에 5단을 121수만에 흑불계승을 거두고, 지난 제2회 춘란배에서 당한 망신을 고스란히 갚았다.

또한 최명훈 7단도 일본랭킹 1위 왕리청 9단을 잡아 의외의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이창호 9단은 14일 벌어진 1회전에서 일본의 노장 이시다 구니오(石井邦生) 9단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고 탈락했고, 이세돌 3단도 대만의 저우쥔쉰(周俊勳) 9단에게 패해 탈락했다.

이로써 8강에는 일본이 4명, 한국2명, 중국 대만 각 1명으로 채워졌는데 오는 6월 선천(深川)에서 속개된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1/04/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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