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국회, 또 '강행' 대 '버티기'

이번 주 정치뉴스는 국회의 주요 법안 처리와 '4ㆍ26 재ㆍ보선'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주요 법안은 개혁 3법과 재정 3법. 개혁 3법은 인권위법과 자금세탁방지법, 반부패기본법이고 재정 3법은 재정건전화법, 기금관리법, 예산회계법을 지칭한다. 이 법안들을 둘러싸고 여야 시각차가 상당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 한나라당은 이번 국회에서 현대 특혜, 공교육 위기 등에 대한 청문회와 건강보험 재정위기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이를 법안 처리와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법안처리 전망이 밝지 않다.

한나라당은 특히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강삼재 의원 등을 보호하기 위해 5월에도 방탄용 임시국회를 열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법안처리에 늑장을 부릴 개연성이 높다. 5월 임시국회 소집의 필요성과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이다.


주요법안처리, 여야 시각차 커 난항 예상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방탄국회를 열기 위해 시급한 법안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표결처리 강행도 불사할 태세다. 민주당 이상수 원내 총무는 "야당과 대화를 통해 최대한 합의 처리를 시도하되 안 되면 4월27일부터 표결 처리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표결처리를 강행하려는 데는 3당 연합을 토대로 한 실력 과시의 목적도 있는 것같다. 자민련(20석), 민국당(2석) 등과 함께 과반인 137석을 확보한 만큼, 야당에 끌려가지 않고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현대에 대한 정부의 특혜 논란, 공교육 위기, 대우자동차 노조 폭력 진압을 둘러싼 이무영 경찰청장 경질 논란 등에 대한 여론이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이를 원군 삼아 국회에서 최대한 버틴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수석부총무는 "현대 특혜금융에 대한 국정조사 수준의 정무위,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 등을 상대로 공교육 붕괴 사태를 따지기 위한 교육위, MBC 편파보도 시정을 위한 문화관광위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삼재 의원 보호를 위한 방탄국회 소집이라는 비난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들 상임위는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서라도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6일 실시되는 4ㆍ26 기초단체장 재ㆍ보선은 지난해 4ㆍ13 총선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선거다. 따라서 지난 1년 동안의 민심기류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야 지도부도 이를 의식, 중앙당 인사들을 대거 선거에 투입해 총력전을 펼쳐 왔다. 서울 은평구청장 선거는 수도권 민심 파악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고 군산시장 임실군수 선거는 국민의 정부 들어 '역차별' 피해의식이 커지고 있는 호남 민심이 일정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전북 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새만금 사업에 대해 정권이 미지근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해 전북 정서가 동요하고 있어 여권 지도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4. 26 재.보선, 인심 가늠할 시금석

이번 재ㆍ보선은 민주당과 자민련이 공조를 복원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도 해 민주-자민련 '신공조 체제'의 파워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된다.

특히 논산은 자민련 후보를 연합공천 후보로 내세운 가운데 이에 반발한 민주당 소속 인사가 무소속으로 출마, 연합공천의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주에는 민주당 박상규 사무총장 일행이 유세 지원을 왔다가 민주당에서 이탈한 무소속 후보측 사람들로부터 계란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서 이곳이 지역구인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상당한 마음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자민련의 요청에도 끝까지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으나 28일 열리는 '운정(JP의 아호) 배' 바둑대회에는 예정대로 참석, JP와 수담을 나눈다.

여야 대권주자들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25일 YS와 회동을 가졌다. 정가에서는 이를 그가 공을 들이고 있는 신민주연합론의 구체화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초기에 거론됐던 민주화운동 세력 연대를 재추진하려는 시도다. 김 최고위윈은 이와 함께 여야의 개혁 중진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참여하는 '화해전진포럼'을 통한 개혁세력 결집에도 적극적이다.

김 최고위원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보수'를 향해서도 손길을 내밀고 있다. 얼마전 JP와의 회동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박태준 전 총리와도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전국 조직인 '한반도연구재단'에 적지 않은 보수인사들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 판 진보-보수 '양날개 전략'이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1/04/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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