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공직사회의 이상한 풍토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경찰과 군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이들 조직이 공직내에서도 위계질서와 결집력에서 특수성이 강한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사안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움직임를 보이거나 관행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경찰측이 대우자동차 노조 과잉진압과 관련해 야당으로부터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이무영 경찰청장을 위해 구명운동에 나선 모양이다. 경찰대 동문회가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언론사 간부들을 상대로 구명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서는 외압차단 등 경찰권익 보호 충정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본말이 전도됐다. 진압 상황과 진실을 밝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우선이지, 비공식적 수단을 동원해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러다간 경찰이 이익집단으로 불신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4월1일 퇴임한 문일섭 국방차관이 자택에 보관중이던 미화 1만7,000달러와 현금ㆍ수표 등 총 3,700만원을 도난당한 사건도 꺼림칙하다.

문 전 차관은 이 돈이 해외출장 여비로 국방부내 후배들이 관행적으로 추렴해 보탠 것과, 지난 2~3년간 해외출장 때 쓰고 남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판공비로 쓰고 남은 돈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007가방과 종이상자에 넣어 보관한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보관중인 돈의 액수도 문제지만 하급자들이 돈을 거둬 보탰다는 해명에는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이들 사건이 정말 경찰과 군의 특유한 문화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 조직의 힘이 온정과 의리에 발현돼서는 안된다. 국방부와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최일선 정부 조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4/24 20:53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