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달라지는 우리의 가정들…

40대의 딸딸이(고1, 중3) 아빠인 A씨는 가정에 충실한 편이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탓인지 따뜻한 가정을 향한 꿈을 가슴 깊숙이 숨겨놓고는 때때로 꺼내 현실에 비춰보기도 한다. 그는 특히 '엄마'란 두 글자에 약하다.

서울에서 하숙하던 시절엔 학교에서 돌아온 하숙집 아들녀석이 "엄마~, 밥 줘"란 소리에 가슴이 저리기도 했고, 엄마를 주인공으로 한 애절한 TV드라마엔 아직도 눈시울을 붉혀 딸애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한다.

그가 한때 즐겨 보았던 TV프로도 그런 류였다. 소년소녀가장돕기 프로그램이나, 고아나 장애인을 입양해 키우는 장한 어머니들을 다룬 가정물. 그 때마다 그는 "입양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막내 딸이 중학교에 들어간 뒤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리에 용기를 얻어 은근히 아내에게 자신의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더 이상 입양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남편이 뒤늦게 낳은 씨앗을 데려와 키운다는 주변의 수근거림을 듣기 싫다"는 아내의 말에 보이지 않는 견고한 벽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전히 뿌리깊은 혈연중심주의과 그에 따른 편견이 우리 가정에 버티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하지만 어느샌가 A씨가 맞닥뜨린 벽들이 하나 둘 무너지는 소리를 우리는 듣고 있다.

"자기가 먹을 것은 타고 난다"며 다산(多産)을 고집했던 우리네 부모들과는 달리 "자식은 없는 게 행복"이라는 무자녀주의를 고집하는 커플이 늘고, 편견의 벽을 뚫고 버려진 아이를 입양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혼자 사는 게 편하다"며 독신을 고집하는 젊은 남녀, 독거노인도 흔해졌고 아내와 자식을 먼 이국땅으로 유학보낸 뒤 가장이 혼자 남은 '나홀로 족'도 주변에서 낯설지 않게 됐다. 달라진 새로운 가족 풍속도들이다.

5월은 가정의 달. 항상 떠들썩한 행사와 구호가 우리를 들뜨게 하지만 '주간한국'은 달라지는 우리의 가정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가족 시리즈를 준비했다. 첫 번째가 자식에 관한 기존 관념을 무너뜨린 무자녀족과 입양 가정이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4/2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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