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가족풍속도] 권리찾기에 나선 미국의 무자녀족

자식에 대한 생각이나 다른 사람들의 사는 방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개방적이라는 서구 사회에서도 아이 없는 부부가 주변으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감수해야 하기는 마찬가지.

자식을 낳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여기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만국공통의 뿌리 깊은 생각인 탓이다.

서구의 무자녀족이 국내 무자녀족과 다른 점은 자신들의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집단의 목소리로 주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외신 보도에 의하면 미국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현재 미국 내 무자녀족들은 약 1300만명 정도. 이들 중 일부는 조직까지 결성했다. 'No Kidding'이라는 무자녀 가정 모임의 경우 최근 5년 사이에 2개 지부에서 47개 지부로 세가 불었다.

또 일부 무자녀족들은 자신들을 아이가 없는(childless) 커플이 아니라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childfree) 커플 또는 싱커스(THINKERS: Two Healthy Incomes, No Kids, Early Retirement, 넉넉한 수입원 둘, 아이 없음, 조기 은퇴)라고 지칭하며 자신들이 아이가 있는 커플들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차일드 프리 운동에서는 국가로부터의 세금감면, 직장에서의 출산휴가, 육아휴직, 자녀 학자금 보조 등이 대표적인 차별사례로 꼽힌다.

이런 주장은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져 가고 있다. 'The Baby Boon: How Family-Friendly America Cheats the Childless, 아기 혜택: 친가족적인 미국이 어떻게 무자녀족을 기만하는가' (엘리노어 버켓 著)이라는 책도 나와있다.

"아이 있는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은 아이 없는 사람들을 2등시민 취급하는 것"이라는 게 이 책의 골자. 버켓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 중에는 다른 가정의 아이들을 혐오하는 극단주의자들까지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같은 무자녀족으로부터도 만만찮은 반발을 사고 있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사회적 책임의 일부이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 문제로 무자녀족은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한 사람들이라는 주장이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보조가 무자녀족에 대한 차별인지에 대하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이러한 논란이 아이 없는 부부 역시 엄연한 가정의 한 형태라는 인식을 확대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한국의 무자녀족들에게는 다소 먼 미래의 일처럼 들리겠지만.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4/25 14:39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