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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줄이고 속도는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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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국방정책, 해외주둔군 감축-개입능력 확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국방전략이 아직 명확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미 언론보도를 통해 백악관의 전략검토 내용이 간간히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다.

물론 21세기 세계 전략환경에 대한 검토와 주요 전장 설정, 이에 따른 무기체제 정비 계획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부시 행정부가 전략검토를 극도의 보안에 부치는 이유는 군과 의회의 반응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있다. 전략과 무기체계의 변화가 초래할 각군의 이해갈등을 막후 조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군수산업체와 이의 이해를 대변하는 의회의원들의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산발적인 미 언론보도는 여론향방을 감지하기 위해 백악관이 의도적으로 뿌리는 정보에 근거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장래 미군의 주요전장은 태평양

부시 행정부의 이 같이 조심스러운 행보는 국방전략의 획기적인 변화를 암시한다는 분석이 있다. 부시 대통령이 선거유세 기간 빌 클린턴 행정부의 현상유지적 국방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한 점도 변화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부시는 유세 당시 "미군이 주요 전쟁에 대응할 태세가 돼있지 않다"며 3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군장비와 물자부족, 각 부대의 병력부족, 과도한 해외주둔이 그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전략입안 핵심 인물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다. 국방부 내에서는 앤드루 마셜 장군이 전략검토팀을 이끌며 럼스펠드 장관을 보좌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이들 전략 입안팀이 "전혀 다른 경영스타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해 변화의 폭이 클 것임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부시 행정부의 국방정책 방향은 해외주둔군 감축과 신속개입능력 확대로 요약된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마이클 오할런은 포린 어페어즈 3~4월호에서 부시 행정부의 국방정책이 소폭적인 국방비 증액과 해외주둔군 감축에 있다고 내다봤다.

미 국방부 전략평가팀이 보는 21세기 전략환경과 이에 따른 무기체제 개혁 방향은 크게 5가지.

첫째, 장래 미군의 주요전장은 태평양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둘째, 태평양에서의 작전은 장거리 전력투사(Power Projection) 능력을 요구한다.
셋째, 미사일과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은 미군의 해외기지 활용을 제약한다.
넷째, 제3세계의 미사일 확산에 대응해 미군은 항공기와 함정을 스텔스화해야 한다.
다섯째, 이에 따라 10여년 이내에 도태될 재래식 대형무기에 대한 투자를 감축해야 한다.

유럽대륙 방어를 중시하던 미국이 태평양에 중점을 두는 것은 러시아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염두에 둔 까닭이다. 유럽과 극동에서 비슷한 시기에 중규모 이상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동시승리한다는 윈-윈(WIN-WIN)전략을 폐기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것은 2차대전 이후의 전통적인 미국 국방전략이 크게 수정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미국의 유럽방위 전략은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하는 구소련의 전차부대와 이의 돌파력에 대응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본적으로 유럽방위는 육군력과 공군력을 위주로 편성됐다는 이야기다.

태평양은 전혀 다르다. 미 본토에서 수천km 이상 떨어진 해상과 유라시아 대륙 동부가 전장이 될 수 밖에 없다.

해군과 공군력을 위주로 하는 장거리 전력투사 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미 본토에서 대규모 병력을 신속히 수송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거리 폭격기가 언제든 출동할 수 있어야 한다. 태평양 전장에서 장거리포와 대형전차 등 재래식 지상전력은 큰 의미가 없다.


공군특수파견대 창설 추진

이와 관련, 미국 군사주간지 '항공우주기술' 최근호의 보도가 의미있다. 이 잡지는 미 정부가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 전투기로 편성된 공군특수파견대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본토에서 발진하는 공군특수파견대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전쟁 초기에 적의 미사일 사정권 밖에서 적의 전쟁수행 능력을 파괴하는데 있다. 주요 공격목표는 적의 지휘ㆍ통제본부와 레이더를 비롯한 정보전 시설, 미사일 기지다.

이 잡지는 미공군 소식통을 인용해 공군특수파견대가 B-2 스텔스 폭격기 12대와 F-22 전투기 48대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는 공중급유기의 도움을 받아 24시간 이내에 전세계 어떤 목표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공군특수파견대 구상은 미군이 전쟁억지와 전쟁확산 방지 수단으로 해외주둔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 본토를 발진기지로 하는 무기체계로 해외주둔군을 상쇄한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제3세계 국가의 미사일 확산 및 미군주둔에 대한 우방국내 반대여론 확산과 무관치 않다. 적의 미사일 공격에 매우 취약할 뿐 아니라 점증하는 반대여론에 부딪치고 있는 해외기지를 축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항공기, 함정의 스텔스화와 재래식 대형무기에 대한 투자감축도 연장선상에 있다. 6~8만톤급 대형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편성된 항모전투단(현재 12개 운용중)은 적 미사일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함재기 수십대를 싣기 위해 대형 항모를 운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란 비판도 크다. 10여년 후 퇴역할 일부 항모를 대체해 레이더 회피 능력을 가진 새로운 중형 항모나 미사일 병기선을 건조하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극소수의 병력으로 운용되는 미사일 병기선은 떠다니는 미사일 기지다. 미 본토를 발진기지로 삼고, 대형 항모를 줄일 경우 단거리 작전기 감축은 필연적이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미국의 이 같은 구상은 부시 행정부가 지금까지의 군사혁신(RMA) 성과를 국방전략에 본격 접목하려 함을 의미한다.

걸프전 이후 본격화한 RMA는 첨단과학기술을 무기분야에 도입함으로써 군 구조를 바꾸자는 것. 엄청난 항속능력과 미사일 타격능력을 가진 항공기의 출현은 전통적인 육ㆍ해ㆍ공군의 역할을 바꿔 나가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구상에 대해서는 군수업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판도 있다.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해외주둔군 감축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오할런 선임연구원은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이 지속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과 일본 등 서태평양 지역에 주둔한 10만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할런의 권고에는 서태평양 주둔군의 감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내포돼 있다. 부시 행정부가 서태평양 주둔군을 줄인다면 일본보다는 한국 주둔군이 감축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태평양 우선 전략에서 미ㆍ일 동맹의 중요성은 한ㆍ미 동맹보다 훨씬 크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1/04/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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