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침략자와 맞선 아메리카대륙의 주인

■ 시팅불(SITTING BULL)

로버트 M. 어틀리 지음/김옥수 옮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 자유와 평화 인권 존중을 표방하는 세계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미국인들은 200여년전만 해도 침략자요, 강탈자에 불과했다. 15세기 후반 동방 무역로가 폐쇄 되면서 신대륙 찾기에 나선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신대륙 발견'이 아닌, '뒤늦은 도착'이었다. 그 곳은 토착민인 인디언들이 자연을 벗하며 살고 있었던 '평화의 땅'이었다. 하지만 사욕에 눈이 먼 백인들이 들어오면서 이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언은 철저하게 유린되기 시작했다.

인디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극히 단편적이다. 서부 개척 영화에 나오는 '무자비한 살육을 일삼는 야만인'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분히 정복자(백인)의 입장에서 본 것이다.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피정복자(인디언)들의 처절한 입장은 감춰져 있다.

이런 점에서 전설적인 한 추장이자 용감한 인디언 전사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시팅불'(두레 펴냄)은 관심을 끌만하다. 이 책은 자기 부족의 땅을 침범하는 백인들에 맞서 고유 전통과 문화를 지키려고 마지막까지 싸웠던 위대한 인디언 전사 시팅불의 삶을 주변 고증과 인터뷰를 통해 흥미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시팅불(Sitting Bullㆍ앉은황소)이란 인디언 말로'타탕카-이요탕카(Tatanka- Iyotanka)'라는 뜻으로 전투에서 위험에 처하더라도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아 죽을 때까지 싸우는 고집 센 버펄로를 일컫는 말이다.

시팅불은 1831년 라코타족의 한 부족인 훙크파파족으로 태어났다. 그는 전투와 사냥에서 뛰어난 용맹을 떨쳤으며, 정치적 자질과 영성 지도자로서도 탁월함을 지닌 지도자였다.

1874년 인디언들의 최대 사냥터이자 신성한 곳으로 여기는 검은언덕(Black Hills) 지역에서 금이 발견되자 백인들의 침략이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용기와 지혜를 지닌 인물로 존경 받던 시팅불은 1869년 수우족 전체의 최고 전투 대추장으로 추대된 후 인디언 전투 부대를 지휘하게 된다.

시팅불은 백인의 위협이 고조되자 자신의 살을 떼어내는 의식을 통해 그들의 영인 '와칸탕카'에게 부족의 안위와 행복을 위한 기도를 한다.

그리고 태양춤(Sun Dance)을 추며 황홀경 상태에서 수많은 군인들이 메뚜기처럼 거꾸로 떨어지는 환영을 보게 된다. 그의 이런 노력으로 인디언 시팅불이 이끄는 수우족과 샤이엔족은 리틀빅혼 전투에서 남북전쟁 영웅 커스터 장군이 이끄는 제7기병대를 전멸시키는 전설적인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시팅불을 비롯한 전사들은 결국 백인들에 패해 선바위(Standing Rock)로 쫓게난다. 선바위 관리소에서도 시팅불은 인디언의 문화를 지키려다 결국 1890년 인디언 경찰의 총에 살해 된다.

이 책에는 시팅불 외에도 인디언들이 어떻게 대자연과 어울리며 삶을 영위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환경 파괴와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한번쯤 탐독해 볼만한 서적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5/02 21:57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