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한글도메인

'ㅈㅈㅈ.'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한ㆍ영 변환키를 누르지 않아 www를 'ㅈㅈㅈ'로 입력한 경험을 갖고 있다. 또 익숙한 이름을 영문으로 입력했을 때 생소한 외국 사이트가 열려 당혹스러웠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할 필요가 없게 됐다. 한국일보나 청와대, 삼성전자, 한메일, 야후 등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한글 이름을 입력하면 원하는 사이트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한글 키워드 서비스 때문이다.

한글 키워드 서비스는 원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찾기 위해 복잡한 영문 주소 대신에 한글을 사용하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말한다.

키워드 서비스는 흔히 숫자 입력으로 홈페이지를 찾는 IP 주소 체계, 영문 형태의 도메인 체계에 이은 3세대 인터넷 주소라 불린다. 이는 브라우저에 한글을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별도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 등록된 사이트를 찾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

키워드 서비스가 첫 선을 보인 1998년만 해도 사용자는 이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해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브라우저의 주소 창에 영문 주소 대신 한글로 회사나 상품 이름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 개발되면서 사용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 주소를 입력하는 브라우저 주소 창에 영어로 된 도메인 대신 우리말로 된 회사, 상품, 브랜드 이름을 입력하면 가고자 하는 사이트로 바로 접속할 수 있어 편리하다.

예를 들면 한글 키워드 서비스가 제공되기 전에는 '한국일보'에서 운영하는 웹 사이트를 방문해 인터넷 뉴스를 보려면 브라우저 주소 입력창에 www.hankooki.com(혹은 www.hk.co.kr)이라는 영문 도메인을 입력하거나 야후와 같은 검색 엔진 사이트에 접속해 한국일보란 검색어를 입력해야 했다.

이제는 이런 불편함 없이 한국일보만 입력하면 그만이다. 이는 한국일보가 한글 키워드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글 키워드는 '선접수 선등록' 원칙을 고수하는 도메인과 달리 '실명 소유자 우선' 원칙 때문에 회사나 브랜드 이름과 관련한 권리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만 제출하면 등록이 가능하다. 한글 키워드를 등록하려면 등록업체에 연 11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 나라에 한글 키워드 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벤처기업인 '넷피아닷컴'(www.netpia.com)이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넷피아닷컴은 당시 지방선거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키워드 서비스를 개발해 1999년 9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9만개의 한글 키워드를 등록받아 서비스를 제공중이며 자체 개발한 자국어 키워드 솔루션으로 중국을 비롯, 일본, 대만, 태국 등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대주주로 있는 리얼네임즈(www.realnames.com)도 2000년 말부터 국내에 진출해 한글 키워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회사는 한글인터넷센터(www.hinc.co.kr)와 제휴해 시장 확대에 나섰다. 넷피아와 리얼네임즈의 차이는 인터넷 주소가 등록돼 있는 네임 서버냐, MS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냐는 점에 있다.

넷피아는 인터넷서비스제공(ISP)업체와 협력해 네임 서버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반해 리얼네임즈는 MS익스플로러를 기반으로 한글 키워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글 도메인 시장은 리얼네임즈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는 달리 토종업체인 넷피아닷컴이 다국적업체인 리얼네임즈와 불꽃튀는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강병준 전자신문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1/05/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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