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떠나는 아주 특별한 여행

꿈의 우주관광시대 개막, '天國의 삶' 체험

"하라쇼!" "하라쇼!"

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60)는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TM32를 타고 지구를 떠나면서 벅찬 감격에 러시아어로 '좋다'라는 뜻인 '하라쇼'를 연신 외쳤다. 사상 첫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이 1961년 90분간 우주비행에 성공한 지 40년 만에 첫 우주관광객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억만장자인 티토는 4월28일부터 5월6일까지 8박9일간 평범하지만 우리 모두가 꿈꾸는 우주생활을 체험했다.

그는 4월 28일 소유즈 우주선의 선장인 탈가트 무샤바예프와 베테랑 우주인인 유리 바투린과 함께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출발, 이틀간의 우주 비행끝에 30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했다.

티토와 러시아 우주인 2명은 5박 6일 동안 ISS에서 보낸 뒤 지난 6개월간 ISS에 도킹해 있던 구형 소유즈를 타고 6일 지구로 귀환했다.


티토 8박9일 우주여행 마치고 무사 귀환

티토는 소유즈가 출발해 ISS에 도착할 때까지 무선통신과 운항, 전기장치 작동 임무 등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티토는 소유즈가 ISS와 도킹한 후 해치를 통해 ISS의 주공간인 즈베즈다 모듈에 들어가자 마자 상주하고 있던 3명의 우주인들로부터 안전에 관한 브리핑을 받고 비상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했다.

티토는 그러나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의 동행 없이는 미국측 2개 모듈에 들어갈 수 없어 대부분 시간을 러시아의 모듈 2개와 소유즈호에서 시간을 보냈다.

비디오카메라로 지구와 별을 촬영하고, CD로 오페라를 감상을 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우주인들과 함께 우주에서 곤충의 생존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몇 가지 과학실험을 수행하기도 했다.

티토는 "미국측 모듈이 러시아 모듈에서 100m나 떨어져 있고, 방들이 많아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며 ISS의 엄청난 규모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티토는 또 우주인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식사 준비를 도맡아 하는 열성을 보였다. 밀봉된 인스턴트 음식을 개봉해 식탁위에 가지런히 놓으며 식사를 준비하고, 남은 음식을 치우곤 했다. 무샤바예프 선장은 "티토가 허드렛일을 흔쾌히 해 줘 매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키 164㎝, 몸무게 63㎏의 왜소한 체구인 티토는 우주 생활동안 별다른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티토는 ISS에 도착하기 직전 무중력 상태의 후유증으로 약간의 멀미 증세를 보이고, 말린 과일과 주스가 몸에 맞지 않아 조금 고생했지만, "ISS에서 잠을 잘 때는 마치 어릴 적 요람에서 자는 기분이었다"며 우주생활이 안락했다고 말했다.

티토는 또 제한된 공간에서 단순한 일을 반복했지만 "다른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산 것 같다"고 경이로워하며 "허락만 된다면 ISS에서 7~8개월 동안 머물고 싶다"며 짧은 우주생활을 아쉬워했다.

2,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러시아측에 지불하고 우주여행을 한 티토는 단지 갑부이기 때문에 415번째 우주 비행사이자 첫 우주관광객이 된 것은 아니다. "이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우주여행을 위한 내 필생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티토의 말처럼, 그는 우주여행을 44년간 학수고대해 왔고, 그 꿈을 좇아 왔다.


900시간 훈련끝에 44년만의 꿈 이뤄

미국에 이민간 이탈리아계인 티토는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러시아의 스푸트니크호 발사 소식을 듣고, 우주 비행사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듬해 우주항공 공학과로 대학을 진학한 그는 졸업 후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그곳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화성과 금성을 탐사하는 마리너호 계획에 참여해 우주선 항로 계산작업을 했다.

그는 그 동안 우주 비행사가 되고자 수 차례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많은 돈을 벌어 비용을 직접 지불하고 우주여행를 하기로 결심했다. NASA를 퇴사한 뒤 투자회사 월셔 어소시에트를 창업, 회사규모를 5,000억~1조 달러(시가총액)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개인 재산만 2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갑부가 된 티토는 우주여행의 꿈을 실현하고자 1991년 소련 우주 항공우주국에 거액을 줄테니 우주정거장 미르호까지 왕복 비행할 수 있도록 요청, 약속을 받아냈으나 소련의 붕괴로 이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티토는 그러나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호 여행을 계속 추진, 지난해 러시아측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냈다.

또 다시 미르호가 폐기 처분되자 러시아는 티토에게 ISS 여행을 제안했다. 안전을 이유로 티토의 우주여행을 반대해온 미국 등 ISS 국제컨소시엄은 러시아측과 오랜 실랑이 끝에 '티토의 사고시 ISS의 법적 무책임'과 'ISS의 손실 발생시 티토의 배상'을 조건으로 티토의 우주계획을 승인했다.

지난 8개월간 고된 우주비행 훈련을 900시간이나 받으며 우주여행을 준비해온 티토의 꿈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티토의 아들인 마이크는 아버지가 지구를 벗어날 때 "드디어 해냈군요, 정말 피가 끓는 장면입니다"라고 축하했다.


우주관광 신청줄이어, 본격관광은 일러

티토의 뒤를 이어 제 2의, 제 3의 우주관광객이 곧 나올 전망이다. 티토의 우주관광을 주선한 미국 기업 '스페이스 어드벤처스'는 유럽과 극동 인사 2명이 티토 방식의 우주관광을 추진하고 있으며, 짧은 우주관광을 신청한 사람이 현재 1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리 코프테프 러시아 우주항공국장도 우주선 발사직후 제2의 우주여행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유력한 제2 우주관광객으로 꼽히는 영화 '타이타닉'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NASA측의 연기 주장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러시아측과 ISS 여행 계약서에 서명할 것이며 그의 여행은 2002년께 실현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우주 산업 관계자들은 티토의 우주관광을 계기로 NASA에 상업적인 우주여행을 준비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우주선이 50명의 여행객을 실어나를 때 드는 비용은 1인당 160만 달러 수준이다.

이 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당장 우주관광에 나서겠다는 사람은 1,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우주관광시대가 꽃피기엔 아직 많은 시간을 요한다. 우주관광객 모집 사업을 구상중인 봅 사이트론은 현재의 우주선 안전도 및 신뢰도는 (1을 기준으로) 0.99정도인데, 그 수치가 0.9999로 높아지지 않는다면 대규모 우주여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비용도 훨씬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기수 국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1/05/08 19:38


최기수 국제부 mount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