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클리닉] 복상사

엄격하고 보수적인 인물로 알려진 캘빈 쿨리지 미 대통령에 관한 일화가 있다. 어느날 부부 동반으로 한 농장을 방문했는데, 쿨리지 여사가 그 농장의 달걀 생산량이 다른 곳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수탉은 무척 정력이 센 모양이지요?"라고 물었다.

농장 주인은 신이 나 수탉들은 하루에도 열댓번씩 일(?)를 벌인다고 대답했다. 쿨리지 여사가 "그 사실을 우리집 양반에게도 좀 말해 주시겠어요?"라고 부탁하자, 쿨리지 대통령은 못 들은 척하면서 "수탉들이 매번 같은 암탉만을 상대하는가요?"라고 되물었다.

농장 주인은 호들갑스럽게 "아니오, 닥치는 대로 다른 암탉들과 상대하지요!"라고 대답했고, 그제서야 쿨리지 대통령이 빙그레 웃으며 "그 사실도 우리 집사람에게 얘기해 주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일화가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의학용어로 '쿨리지 효과'라는 게 있다. 발정기에 있는 암수 한 쌍을 같은 우리 속에 넣어두면, 수컷은 즉각 암컷에 달려들어 교미를 한 뒤 휴식을 취하고 또다시 행위를 계속하는데, 그 횟수가 거듭될수록 휴식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컷을 바꿔주면, 이전의 교미 횟수와는 관계없이 처음으로 되돌아 가는데, 이를 '쿨리지 효과' 라고 한다. 굳이 우리말로 옮기면 오랜 관계를 유지했던 섹스 파트너와의 습관적인 행위에 대한 '권태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람기가 있는 사람은 바로 쿨리지 효과에 지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쿨리지 효과라는 생리적인 현상을 빌미로 '죄의식 없이 살아도 되겠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안 계실는지?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파트너에 대한 권태감이란 혐오감이 아니라 너무나도 친숙한 관계이기 때문에 생긴 무관심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쿨리지 효과의 처방책은 없는 것일까? 다소 진부한 듯 하지만 학자들이 발견한 방법들은 여럿 있다. 새로운 암컷이 아니고 같은 암컷이라도 냄새, 형태, 또는 분위기를 조금 바꾸어 주면 수컷의 정력이 되살아 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조언을 여러 매체의 상담란에서 읽은 기억이 있는데, 왜 인간에게는 별 효과가 없는 것일까?

필자는 그 이유로 '브렌-뉴'(Blend-New)의 신선함에 현혹돼 '골동품'의 가치를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세월이 흐른 후에야 스스로 외면했던 골동품의 가치를 깨닫는 오류 말이다.

브렌-뉴에 취해 있다가 잘못하면 큰일이 나기도 한다. 고혈압 같은 질환 때문에 섹스중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상사는 성교중 또는 성교후에 일어나는 내인성(內因性) 급사로, 흔히 복상사(腹上死)라고 불린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이를 '달콤한 죽음'이라 하여 속어로 'Sweet Death', 'Mort Douce' 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색풍'(色風)이라고 하여 성교중에 사망한 경우를 '상마풍'(上馬風), 성교후 사망을 '하마풍'(下馬風)이라고 불렀다.

복상사는 대체로 남자에게서 일어난다. 성교중에도 발생하지만 성교후 3~5시간만에 갑자기 발작하여 급사할 때도 적지 않다. 복상사의 계절적 빈도는 여름보다 혈압이 올라가는 겨울에 더 많고, 4계절로 보면 성생활의 기회가 많은 봄에 가장 빈번하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들의 복상사가 조강지처보다는 다른 여성과의 관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 원인으로는 부정한 정사라는 정신적인 부담에다 무리함, 신선함에 따른 흥분의 증가, 행위전 음주 등이 꼽힌다.

고혈압 환자는 성관계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관계 자체를 회피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중증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섹스가 고혈압 자체에는 크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다만 고혈압으로 약물 치료 등을 받고 있는 환자는 성생활시 몇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우선 과도한 흥분을 야기시킬 수 있는 환경이나 음주, 파트너는 피하는게 좋고, 시간을 짧게 가지되 가능하면 여성 상위(육체적 무리로 인한 심장 박동을 줄일 수 있음)를 해야 한다.

또 심한 운동뒤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되도록 아침(혈압상승 호르몬은 대개 밤에 증가. 충분한 휴식을 취한 이후가 안전함)에 하는 게 좋다. 또 되도록 위장이 비어있을 때 사랑을 나누는 게 안전하다.

아무리 복상사를 '극락사'라고는 하지만 건강한 생(生)의 환희보다는 못할 것임이 분명하다.

장광식 강남비뇨기과 원장

입력시간 2001/05/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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