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포진… 이 총재 심혈 기울여

국가혁신위의 자문위원회는 이회창 총재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기구다. 자문위를 어떻게 꾸리고 운영할지에 따라 국가혁신위의 위상 제고와 국민적 공감대 확산 등 이 총재가 기대하는 파급효과 여부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20명 안팎의 각계 거물급 인사를 모셔 5월중으로 자문위를 가동시키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후 추가 영입을 계속,외연(外延)확장을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물론 회의도 이 총재가 직접 챙길 생각이다.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무엇보다 참여인사의 면면이다. 이 총재는 국가혁신위 구성을 발표하면서 유독 자문위원 명단만은 밝히지 않았다. 상당수가 꺼려한다는 이유가 있지만, '비밀유지'를 통한 시선끌기 계산도 깔려있다. 이 총재도 "자문위원을 당분간 비공개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지도록 할 것"이라며 '의도성'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 총재의 '함구령'에 따라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당 주변에선 자문위 참여가 확정적이거나 유력한 인사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인물이 국가원로급으로, 5ㆍ6공때 총리를 지낸 남덕우, 노신영, 노재봉, 이현재씨 등이 이 총재의 적극적 요청을 받고 있다. 이중 이 총재가 유난히 공을 들이는 남덕우씨가 자문위원장으로 추대되는 분위기다.

1990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4선 의원 출신의 이승윤씨는 "공개되도 상관없다"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각각 1985~88년, 1991~93년 주미대사를 역임한 김경원, 현홍주씨는 비공개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정부시절 교육개혁에 관여한 박세일 전청와대 정책기획수석도 물망에 올라 있다.

학계에서는 1999년 미국 인물연구소 선정 '500인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에 포함된 서울대 김경동 교수가 내락한 상태다. 1997년 대선때도 이 총재를 도왔던 김 교수는 최근 이 총재와 두 차례 만남을 갖고 결심을 굳혔다.

그간 남북문제에 관해 이 총재 자문역을 해온 서강대 이상우 교수와 이화여대 진덕규 교수도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16대 당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낸 홍성우 변호사가 이 총재와의 인연으로 합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1993~97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을 지내고 현 골드만삭스 국제자문위원인 김기환씨도 거론된다.

군 출신은 아직 확정된 인사가 없어 영입노력을 배가하고 있다는 게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의 설명이다.

허범구 세계일보 정치부 기자

입력시간 2001/05/1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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