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스승없는 스승의 날…슬픈교육현장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이 졸지에 '학교에 가지 않는 날'로 탈바꿈했다.

서울시내 상당수 초등학교들이 스승의 날을 '자율 휴업일'로 결정해 쉬기로 했다. 스승의 날이면 으레 말들이 많아지게 마련인 '촌지' 수수에 대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스승의 날 자율휴업을 실시하는 초등학교는 전체 536개 중 216개로 40.3%에 이른다. 스승의 날 전후인 14일가 16일에도 각각 30개, 13개 학교가 수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해당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가족사랑 체험학습'이나 '은사 찾아 뵙기' 등 과제를 내줬다.

촌지 수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으로 빠지기 쉽다. 주니 받고, 받으니 준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에 나간 일부 한국인 학부모가 평소의 습관대로 촌지를 건네다 망신을 당한 사례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학부모의 빗나간 자식사랑 탓이 클 듯 싶다.

그렇다고 교사들이 무조건 선의의 피해자라는 것은 아니다. '스승없는 스승의 날'이 대외적으로 설득력을 가질 만큼 촌지추방을 위해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였느지 궁금하다.

스승의 날을 앞둔 1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이 내년 선거정국을 겨냥해 정치활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총은 전국 각급학교 교원 26만명이 회원인 거대 압력단체, 교총의 정치활동 의사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교총의 선언이 호소력을 얻으려면 교내 민주화와 자정운동 등 자율적 운동이 선행돼야 한다. 정치활동선언은 자칫 스승임을 포기하고 숫자만을 앞세운 압력진단의 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다.

입력시간 2001/05/1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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