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新열강전] "미국에의 도전을 불허한다"

MD는 21세기 세계통치전략, 중·러 등 강력 반발

5월 1일 세계의 이목은 워싱턴으로 집중됐다. 이날로 취임 100일을 맞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 시내의 국방대학에서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전 지구의 안보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MD)체제를 배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른바 부시 대통령의 세계방위전략이 취임 100일 자축기념 '테제'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이번에는 부시 대통령의 '국방전령사'라고 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MD체제를 우주공간으로까지 확대하는 '우주전략 프로그램'을 공식 발표했다. 미사일방어체제와 우주전략방어계획으로 압축되는 미국의 21세기 세계통치전략이 그 윤곽을 완전히 공개한 것이다.


우주공간으로 확대된 전략개념

1주일 간격으로 표면화된 미국의 국방 프로젝트는 즉각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로 대변되는 냉전시대의 라이벌들은 미국의 세계패권 전략이 노골화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동맹국이라 할 유럽연합(EU)의 대다수 국가들도 경계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야심차게 얼개를 드러낸 미국의 MD체제를 축으로 한 국방전략은 어느날 갑자기 돌출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1990년대 초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소위 '미소양극체제'가 '미국일극체제 (unipole)'로 개편되자 국방부와 의회, 민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환경에 걸 맞는 세계패권전략을 다각도로 모색해 왔다.

미국은 소위 '스타워즈'라 불리는 전략방위구상(SDI)을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로 개념화 했고 이번에는 동맹국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가'라는 접두어를 삭제한 미사일방어(MD)체제로 구체화한 것이다.

MD체제 또한 '힘에 바탕으로 한 외교노선'을 내세운 공화당의 부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미 예견된 바였다.

공화당은 지난해 7월말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집권할 경우 NMD를 즉각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게다가 'NMD 신봉자'로 익히 알려진 럼스펠드가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 국방장관에 임명되면서 NMD 체제 배치는 단지 언제 실전화할 것인지의 문제로 사실상 귀결됐었다.

MD체제와 우주 프로젝트로 단초를 드러낸 미국의 새로운 세계전략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MD체제와 우주 프로젝트의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으로 날아오는 미사일 육ㆍ해ㆍ공에서 요격

MD체제는 적의 미사일을 지상, 해상, 공중에서 요격하는 방어전략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추진됐던 NMD 체제와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이 방어전략은 우선 적이 발사한 미사일을 지상의 고성능 레이더를 통해 최대한 이른 시간에 감지, 이를 위성을 통해 지상통제소에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미사일이 지상파괴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도중에 파괴하거나 격추시키되 가급적 방사능 낙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권 밖에서 파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는 이지스급 구축함의 미사일방어체제도 활용된다. 미사일발사가 예상되는 적대국 근해에 정찰함을 배치한 뒤 여기에서 미사일 발사를 감지한 다음 함상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해상방어체제는 이라크 북부 등 내륙국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함상요격에 어려움이 많은 결함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 레이저 빔을 장착한 항공기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항공 방어 시스템이다.

럼스펠드 장관이 추가로 발표한 우주 프로그램은 바로 이 항공방어체제를 대기권 밖의 우주공간으로까지 확대한 개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우주프로젝트는 미국의 상업, 군사위성을 보호하기 위한 공격용 위성무기(ASATS)를 개발, 배치하고 국가정찰국(NRO), 중앙정보국(CIA) 등 여러 정보파트로 분산돼 있는 우주정보 수집 및 전략수립 임무를 공군에서 흡수함으로써 지휘체계를 단선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방부는 가까운 장래에 이를 전담할 '우주군'도 창설할 계획인데, 당장은 공군에 우주사령부를 전담할 4성 장군 직책을 신설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이 내세운 이같은 원대한 새로운 국가방어전략은 현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추진근거 자체는 사실 옹색하기 그지 없다.

미국은 냉전시대가 종식됨으로써 러시아와 중국 등 장거리 핵미사일 보유국가와의 핵전쟁 위험은 사라졌지만 이라크와 북한 등 통제가 불가능한 소위 '불량국가(rogue state)'들이 미 본토와 동맹국들을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불안요인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MD체제 추진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MD체제의 전도사로 각 동맹국을 돌았던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좀 더 구체적으로 '21세기에 걸맞는 전략적 기본틀(strategic framework)'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동원해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아미티지는 미국의 새로운 방어전략은 대량살상무기(WMD)의 비확산(non proliferation)과 반확산(counter proliferation), 미국의 일방적인 핵무기 감축의지 및 미사일방어체제 등 4대 요소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즉 미국은 기본적으로 핵과 생화학무기 등의 비확산과 반확산을 전지구적으로 추진하되 이같은 노력에도 제어가 불가능한 불량국가들의 도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미사일방어체제라는 것이다.


미래의 전략적 경쟁자 중국 겨냥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이유와는 달리 미국의 속내는 궁극적으로 '21세기의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미해군사관학교 졸업식장에서 부시대통령이 곧 구체화할 미국의 방어전략개념인 '윈윈(win- win)전략포기안'도 결국에는 중국과의 1대1 대결을 상정한 신개념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냉전시대의 방어전략에 미국-일본이라는 또 다른 축을 추가해 본질적으로는 군사패권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시의 MD구상은 최근 많은 결함이 노출되면서 해외 못지 않게 국내에서도 반발여론이 만만치 않아 예정대로 배치가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미국 언론과 진보적 과학자들은 불량국가들의 미사일 위협이 과장된 점과 기술적 결함 및 우방국들의 반대여론 등을 들어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미사일 방위구상의 변화

◇전략방위구상(SDI)-1983년 레이건 대통령이 제창한 구상으로 흔히 '스타워즈(Star Wars)'계획으로 불렸다. 적 미사일 상승 단계, 대기권 밖, 대기권 재돌입후 등 3중의 방위망을 펴고 우주에서 레이저 무기로 요격한다는 구상이었다. 기술적 어려움과 1조 달러로 추정된 경비가 문제가 돼 중단됐다.

◇한정적 미사일공격 방위체계(GPALS)- 현재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제기한 구상으로 제한적ㆍ우발적 미사일 공격에 대비, 지상과 우주의 요격 시스템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국가미사일방위체제(NMD)-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7년 제한적인 미사일 공격을 대상으로 발표한 방위 구상. 2005년까지 알래스카주에 지상 요격체 20기를 배치하고 다음 단계에서 이를 100기로 증강, 수십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 본토를 방위한다는 구상이었다.

◇미사일 방어체제(MD)- 부시 대통령이 우방국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구상해낸 NMD의 확대 개념. 우방국들을 포함한 전지구적 방어를 목적으로 한다.

윤승용 워싱턴 특파원

입력시간 2001/05/2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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