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新열강전] "이해는 하지만 미덥지가 않아서…"

일본- 美 구상 불완전, 신중히 진의 파악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5월 8일 일본을 방문했다. 그의 방일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밝힌 새로운 미사일 방어(MD) 구상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것으로 동맹국 가운데 일본이 처음이었다.

부시 행정부가 미ㆍ일 안보조약을 중심으로 한 대일 관계의 중요성을 부각한 것으로,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 동북아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고려와도 연결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으로 미국에 가장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온 일본의 동조를 한국과 중동, 유럽 등 동맹국을 설득하는 지렛대로 삼으려는 고려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동북아 군비경쟁 촉발 우려

그러나 그의 방일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무장관과의 회담 불발 등 겉모습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를 만난 자리에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청장관은 "새로운 구상과 지금까지의 미ㆍ일 양국 공동연구와는 어떤 관계에 있느냐"고 물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공동 연구는 일본 방위를 위한 것으로 새로운 구상하에서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정쩡한 대답에 그쳤다.

또한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와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로 나뉘었던 기존의 구상과 새로운 구상은 어떻게 다르냐"는 방위청의 의문을 풀어 주지 못했다. 그 결과 방위청내에는 "미국도 아직 새로운 구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는 관측이 한결 무성해졌다.

일본 정부가 미국의 새 전략 구상에 대해 은연중에 의문을 표하면서 우선 신중한 관망 자세를 앞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관측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방어 체제인 NMD에 대해 겉으로는 '이해'를 표해 왔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조약 위반이자 중국 등의 핵무장 강화를 부를 것으로 우려한 것도 사실이다. 1998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기로 미국과 TMD 공동 연구에 나선 일본이지만 TMD와 NMD를 합치고, 미사일요격 방법까지 확대ㆍ강화하려는 구상에는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

일본이 고려한 TMD는 동해에 배치한 이지스함의 해상 발사 미사일로 고공에서 미사일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이것만 해도 기초 연구에 200~300억엔, 개발까지는 1조엔 이상이 드는 것으로 추산돼 왔다.

여기에 지상 발사 미사일에 의한 요격체제인 NMD를 통합하고, 미사일 상승 단계부터 공중발사 레이저 무기까지 동원해 요격한다는 새로운 구상을 실현하려면 일본이 막대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일본 국익에 마이너스" 시각 많아

더욱이 상승 단계의 미사일에 대한 공격은 타국의 영공과 영토에 대한 무력 공격이라는 점에서도 여론 설득이 쉽지 않다. 일본의 가장 큰 우려는 이런 새 구상의 배경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라고 선언했으며 냉전시대 구 소련에 이은 가상 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미사일 방어 구상은 당연히 동북아 지역의 군비확장 연쇄 반응을 촉발하고 중국의 핵전력 증강을 부른다.

보수파 일각에서는 일본의 군사 역할을 늘리기 위한 좋은 기회라는 시각도 있지만 기술적 난점으로 보아 결과적으로 대중ㆍ대북한 자위력의 상대적 저하를 불러 일본의 국익에 반한다는 지적에 밀리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5월10일자 사설 '확실하게 NO라고 말하라'에서 이렇게 썼다. '애초에 물샐틈없는 미사일 방어망의 구축은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우주에서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좁쌀만한 미사일 탄두를 맞춰 떨어뜨리는 것은 신의 솜씨다.

기술적으로 완성되지도 않았고 개발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간다. 이 구상에 대항해 중국이 핵전력 증강으로 달린다면 이보다 어리석고 위험한 시나리오는 없다. 동맹국으로서 일본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미국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입력시간 2001/05/2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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