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된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

내분으로 위원장·사무총장 사의, 대회 차질 우려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대회 조직위원회 지휘부는 공백상태이고 일부 경기장 공사도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사업 실적도 부진해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2년 월드컵의 그늘에 가려진 부산아시안게임 개최 준비상황을 점검해 본다.


지휘부 공백, 독선·정치바람이 문제

조직위 한기복(韓基復) 사무총장이 지난 3월30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뒤 50여일이 다되도록 후임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운용(金雲龍) 조직위원장 마저 사의를 표명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발단은 5월 7일 부산에서 열린 임시 위원총회에서 비롯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위원총회에서 후임 사무총장 및 위원 인선문제를 협의하던중 일부 위원들이 자신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자 자리를 박차고 나간뒤 문화관광부에 사의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우병택(禹炳澤) 집행위원장도 김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인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이 자신을 홀대하는데 불만을 품고 이날 집행위원회에 불참하는 바람에 회의가 무산됐다.

이로 인해 이날 두 회의에서 처리하려 했던 직제 개편과 2000년 예산ㆍ결산 심사, 후임 사무총장 및 위원 인선 등 현안이 모두 연기됐다.

부산시의회 의장을 지내면서 대회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우 집행위원장은 99년 9월 제17차 위원총회에서 정관개정을 통해 사무총장 지휘감독권이 안 시장에게 넘겨진 후 불만을 토로해 왔다.

한 사무총장도 한나라당 아시안게임지원특위에 대회 준비과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부산 출신 모 의원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자 신병을 이유로 보름여동안 자리를 비운뒤 사표를 냈다.

그동안 김 위원장과 한 사무총장의 독선적인 행태에 대해 조직위 내부에서도 비난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비 정치적이어야 할 조직위가 정치바람을 타고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전국구)이고 위원들 중에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후임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도 김 위원장은 자신의 측근인 대한체육회 인사를, 안 시장은 지역 체육계 인사를 미는 등 이견을 보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평소에도 부산에서 조직위를 직접 챙기는 기간이 1년에 1개월도 안되는데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뒤 해외출장이 잦아 차제에 지역에 상주할 수 있는 인물로 조직위원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알사바 회장이 5월 16일 일본에서 열린 OCA총회에서 조직위 내분에 우려를 표시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 청와대에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혀 국제체육계 문제로 확산될 조짐 마저 보이고 있다.


경기장 건설 지연, 교통대책도 난망

대회에 필요한 경기장은 모두 38개로 이중 26개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12개는 부산시와 민간업체가 건립중이다. 이중 사직 주경기장은 현재 공정 91%로 오는 7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금정체육공원과 강서체육공원은 각각 50%, 40% 공정으로 내년 4월과 5월 준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부지 확보문제로 착공이 늦었던 기장체육관은 23%, 서낙동강 조정ㆍ카누경기장은 15%로 공사진척률이 저조하다.

특히 부산ㆍ경남 공동경마장 건설과 맞물린 승마경기장의 경우 사유지 보상과 문화재 현상변경 등으로 착공도 못하고 있다. 민자로 건설될 볼링경기장도 이달 중에나 착공할 예정이다. 사직실내수영장 등 26개 경기장의 개ㆍ보수공사 역시 예산문제로 늦어지고 있다.

시는 개ㆍ보수비 가운데 정부에 추가 요구한 92억원을 문광부에서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내년 7월 이전 모든 경기장 완공이 가능해 대회 준비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기장 건설 지연 등으로 프레대회 개최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추진해온 부산지하철 3호선(아시아드선ㆍ대저~미남~수영ㆍ반송간 29.5㎞) 건설공사가 예산지원 부족 등으로 대회전 개통이 불가능해 대회 기간중 극심한 도심 교통체증이 우려되고 있다.

지하철 3호선 가운데 현재 35% 공정을 보이고 있는 수영선(18.3㎞)은 2005년으로, 실시설계단계인 반송선(11.2㎞) 은 2007년으로 완공시점이 이미 연기됐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조직위는 대회 기간중 승용차 2부제 도입, 김해공항 국제항공편 증편, 경기장간 셔틀버스 운행 등 특별교통대책을 마련중이다.


수익사업 지지분진, 적자대회 우려

수익사업도 지지부진해 적자대회가 우려되고 있다. 조직위는 98년 대회운영경비를 2,000억원으로 잡고 이중 1,500억원은 자체 수입으로, 나머지 500억원은 정부보조금으로 조달키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세부운영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688억원이 증액됐다.

시와 조직위는 증액부분을 기자촌 건설 등 신규사업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지역 경제난 등으로 차질을 빚어 전액 내년도 국고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문광부에서 운영경비 증액분에 대해 국고 지원을 약속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체 수익사업은 화물자동차와 공중전화부스 광고물 등을 제외하고는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특히 OCA와 독점 마케팅계약을 체결한 스위스의 ISL사가 부도이후 파산절차를 밟고 있어 차질을 빚고 이다.

조직위는 "수입의 18%를 챙기도록 계약한 ISL사가 파산할 경우 OCA와 협의, 수익사업을 직접 챙길 수 있어 오히려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OCA와 휘장사업권 이양 등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따라서 자칫 잘못했다가는 '부산의 도약'을 위해 어렵게 유치한 부산아시안게임이 지역에 치명적인 부담이 될 공산도 커 수익사업에 획기적인 전기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부산시민 대회 마스코트도 몰라

부산아시안게임은 같은 해 앞서 열리는 월드컵에 밀려 대회 홍보 등이 크게 부진하다. 외국에서는 물론 부산에서도 대회 마스코트인 '두리아'를 모르는 시민이 태반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조직위와 공동홍보시스템을 구축해 홍보 및 참여기반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정부에 재외공관장회의 등 각종 회의 때 부산아시안게임을 적극 홍보하고 북한의 대회 참가와 백두산 성화 채화가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협조를 요청했다.

조직위가 지난 4월말까지 실시한 자원봉사자 모집에는 필요인원(2만2,000명) 보다 68% 많은 3만7,290명이 신청해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인근 개최도시인 울산(38명)과 창원(239명), 마산(27명), 양산(12명)지역 자원봉사자가 적어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5월말까지 추가 신청을 접수 받고 있다.


조직위 정상화가 급선무

일단 조직위 집행부 정상화가 급선무이다. 빠른 시일 내에 집행위원회와 위원총회를 열어 지역에 상주할 수 있는 인사로 후임 사무총장 등 인선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특히 대회 개최가 5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위 내분이 재연되지 않도록 화합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아시안게임이 부산만의 행사가 아니라 국가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경기장 건설에 필요한 국고 지원, 국내외 홍보, 수익사업 지원, 북한의 대회 참가 등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게 부산체육계와 시민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부산=박상준기자

입력시간 2001/05/24 18:41


부산=박상준 s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