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23)] 진돗개의 생김새

진돗개의 바람직한 생김새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주둥이와 두개골이 긴 편이고, 다리가 길어 키도 크며, 몸체마저 긴 날씬한 개가 올바른 진돗개의 생김새인지, 주둥이와 두개골이 짧은 편이고, 다리도 비교적 짧아 키가 상대적으로 작고 몸체가 옆으로 딱 벌어진 당당한 형태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뿐만 아니라 진돗개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를 기점으로 소위 '옛날 개'의 원형이 날씬한 형태를 통칭하는 '홑개 형'이었는지, 아니면 단단하게 생긴 소위 '겹개 형'이었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도 상당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겹개 형의 개는 상대적으로 흉심이 깊어 보인다.

그러나 이 형태의 개들은 대부분 갈비뼈가 바르게 펴져 타원형의 형태로 자라지 못하고, 영양실조에 따른 일종의 구루병 증세로 갈비뼈가 원형으로 구부러져 몸통이 옆으로 벌어진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다리도 제대로 자라지 못해 짤막한 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개는 겉으로 보기에 키가 작은 듯하면서도 체격이 당당한 겹개 형의 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영양 부족으로 뼈의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개이다.

반대로 홑개 형의 개는 두개골의 폭이 좁아보이고, 대체로 날씬한 형태이면서도 비교적 가슴과 흉심도 깊지 않다. 그리고 털이 짧은 단모의 개가 대부분이다. 이런 개들은 대부분 영양실조로 두개골과 앞가슴이 충분히 자라지 못해 골격이 매우 부실한 개가 많다.

개가 달릴 때의 다리를 예로 들면 끌어올리는 높이가 높고 내뻗고 당기는 폭이 긴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긴 뼈와 그 뼈에 가늘고 긴 근육이 많이 붙은 것이 유리하다. 긴 다리는 운동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굵은 다리에 비해 중력의 저항을 덜 받아 힘의 소모를 줄이고 달릴 때의 체공시간을 늘릴 수 있다.

또 가늘고 긴 근육질은 힘을 주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다량의 근육을 형성하기 때문에 힘의 소비는 훨씬 적고 근육 수축의 정도는 높아 효율성이 뛰어나다.

하운드와 세퍼트 등 달리기를 위주로 하는 개종류는 이처럼 뼈가 길고 근육이 많이 붙은 형태가 바람직하며 강인한 뒷다리 오금이 필요하다. 강한 힘을 내기에는 다량의 근육과 굵은 뼈를 가진 것이 좋다.

그러나 무거운 몸무게 때문에 개과 동물의 지구력을 보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굵은 다리가 강력한 힘을 효율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초식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관절과 근육질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해 육식(肉食)과 아울러 많은 대사량을 가지고 있다.

옛날 진돗개 중에는 날씬한 홑개 형의 개도 있었을 것이고 당당하게 보이는 겹개 형의 개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개들의 대다수가 정상적인 개의 형태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맹수 사냥에는 둘 다 그 역량이 부족한 측면이 많다. 결국 가장 이상적인 진돗개는 겹개, 홑개의 장점을 두루 갖춘 '정상적인 개'가 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개가 두 형태의 중간 형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중간 형태의 개가 두 형태의 장점을 반듯이 가진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크기나 외모상의 중간 형태보다는 뼈, 근육, 인대, 장기(臟器) 등이 정상적으로 충분히 발육해 개체 내에서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진 것이 중요하다.

진돗개는 수렵성이 중요하다. 때로는 산돼지, 오소리와 같은 맹수와 싸워야 하고 때로는 노루와 같은 달리기 선수를 추적해야 한다. 그래서 진돗개는 이런 사냥에 가장 효율적으로 적응된 중형의 체구이면서 강력한 힘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가늘고 긴 근육이 두텁게 붙을 수 있는 뼈 부위의 여유 있는 구성과 함께, 무게의 부담을 가지지 않는 한도내에서 굵고 단단한 뼈를 가지고 있으며, 이 근육과 뼈가 강한 인대로 이어져야 한다.

또 뼈와 근육이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장기가 있어야 이상적인 생김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생김새에다 정신적인 요소가 잘 조화될 때 우리는 이상적인 진돗개를 만날 수 있다. 결국 겹개 형의 개나 홑개 형의 개, 굴개나 노루개 등이 모두 진돗개라는 큰 숲의 한 작은 부분일 뿐이다. 순수 혈통의 번식 속에서 이런 개들이 파생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지, 이런 개들이 번식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입력시간 2001/05/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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