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59)] 로봇세상 ⑥ 사이보그 2

사람의 신체와 기계의 완벽한 결합. 이것이 바로 사이보그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사이보그 초기 연구는 대부분 곤충이나 어류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이들 연구도 결국 인간 사이보그를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곤충과 어류의 연구를 기반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이보그의 연구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근육(몸)을 움직이기 위해 EMG(근전위)를 발생시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사이보그 연구가 가능한 것이다. 이 근전위는 미세 전극 등의 각종 도구를 이용해 측정이 가능하고 전기적인 출력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의수와 의족을 움직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계와 생체의 융합은 아니지만 생체 구조를 모방한 기계를 생체의 기능 회복에 이용하는 연구라고 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인공 장기가 그 대표적인 것으로 인공심장, 인공췌장 등이 이미 개발에 성공했고 실제로 이용되고 있다. 인체의 구조를 모방한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결강근(antigonist)이라는 근육 구조를 이용하여 관절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사이버네틱 로봇시스템 연구가 그것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오는 9월 영국 레딩대학의 인공두뇌학 교수인 케빈 워릭과 그 부인 이레나 여사가 세계 최초의 부부 사이보그에 도전한다는 사실이다. 위릭 교수는 이미 수년 전부터 팔에 실리콘 칩을 장착해서 실험실 건물내의 컴퓨터와 로봇과 교신하며 살아온 인물로 관심을 끌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인의 팔에도 컴퓨터 칩을 이식하고 서로의 감각과 동작에 관한 정보를 주고 받는 실험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들은 두 사람의 뇌가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가를 연구하게 되며, 장차 반신불수 환자들의 의사소통을 위한 획기적인 수단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팔꿈치 바로 위 부분에 2인치(5㎝) 길이의 실리콘 칩을 삽입하고, 이 칩은 전원과 튜너, 전파교신기 등을 갖추고 이들 부부의 신경섬유와 연결된다. 워릭 교수가 팔을 움직이면 그 신경신호가 컴퓨터를 통하여 부인에게 전달되어 부인도 팔을 움직이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나아가서는 분노와 흥분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국 듀크대 미구엘 니콜리스 교수팀은 원숭이의 뇌가 활동할 때 나오는 전기신호를 이용해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하는데 이미 성공했다. 독일 튜빙겐대 닐스 비르바우머 교수팀은 인간의 뇌파를 이용한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1999년 두피에 전극을 연결한 뒤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여 글자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면 5~7년쯤 뒤엔 척추나 팔 다리에 손상을 입은 장애인들도 복잡한 동작은 아니더라도 마비된 팔다리를 움직이게는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합일은 최근의 공상과학영화가 아니더라도 일찍이 '소머즈'와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우리는 사이보그의 위력을 맛보았다.

심지어 미국의 첩보기관이 특수요원의 뇌 속에 전자장치를 하여 암살지령을 내렸다는 충격적인 진상도 들은 바 있다. 사실 사이보그 기술의 이런 활용은 썩 달갑지 않아 보인다.

유전공학이 초창기 무조건 지지를 받다가 요즘엔 인간복제와 윤리사회적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처럼 사이보그도 인간 윤리의 문제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의 뇌 활동을 임의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체는 엄청난 논란의 여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은 장애인들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다행이긴 하다. 앞으로도 유전공학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보다 많은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분야가 아닌가 싶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05/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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