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경제 기상도 '흐린 뒤 갬'

경기지표의 작은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고, 방향성없는 뉴욕증시의 동향에 줄곧 가슴졸이며, 현대계열사ㆍ대우차 등의 얘기에 진저리치는 사이에 봄날이 다 갔다. 계절은 또 한번 옷을 갈아입고 설렘과 희망으로 풍진 세상을 유혹하고 달랜다.

저 산만 넘으면 젖과 꿀이 흐르는 생명의 신천지가 펼쳐질 것이라고. 어쨌든 새로움과 출발은 좋은 것이다.

경제지평에 가득한 황사로 '비관적'이기만 하던 국내외 변수는 여름의 초입을 맞아 일단 '유동적' 상황으로 한 등급 올라선 듯하다. 기상도를 빌어 말하면 '흐린후 갬'이라는 예보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만하다.

물론 1ㆍ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추정치(2%)를 훨씬 밑도는 1.3%로 나타나고 4월중 내구재주문실적과 주택판매실적 감소세도 예상치보다 커 섣부른 경기회복 기대는 금물임을 일깨웠다. 2ㆍ4분기 기업실적도 1ㆍ4분기보다 특별히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미 FRB의장은 "미국의 경기둔화 위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하면서도 "FRB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노력이 연말에는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중기적 낙관론을 피력했다.


주가 650선 회복 전망, 수출감소세은 여전

뉴욕 증시는 그린스펀의 말을 추가 금리인하 시사로 받아들여 경기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다우 1만1,000, 나스닥 2,250의 심리적 지지선을 방어했다. 29일 발표된 5월 소비자신뢰지수와 4월 개인소득 및 소비도 비록 완만하지만 상승세를 이어가 그린스펀의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미 상원에서 27일 향후 10년간 1조3,500억달러의 세금을 줄이는 감세안이 통과됨으로써 향후 소비 및 설비투자 진작효과에 따른 경기회복 심리도 더욱 높아졌다.

해외변수 향방의 관건인 미 금리 추가인하 여부는 6월1일 발표되는 미 전국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와 5월중 고용동향 지표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이나 인플레 압력이 없고 실업률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추가인하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해외변수의 상대적 안정과 함께 국내 변수에도 특별한 악재는 없으나 산업활동동향 등 2ㆍ4분기 경기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되는 만큼 시장반응을 유의깊게 살펴야할 것같다.

그러나 이미 시장엔 하반기 경기회복과 기업 구조조정 매듭 기대감으로 '6월 랠리'를 점치는 의견이 파다하고, 고객예탁금도 1년만에 최고인 9조5,000억원선에 달했다.

이에 따라 주가지수가 전고점인 627선 돌파는 물론 650선까지도 넘나들 것이라는 분석이 줄을 잇는다.

문제는 2ㆍ4분기 기업실적과 외국인들의 동향. 애널리스트들은 "미 증시의 추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펀더멘털의 호전없는 유동성 장세의 시장에너지에도 한계가 있다"며 "아직은 공격적인 매수에 나설 타이밍이 아니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1ㆍ4분기 GDP 성장률이 3.7%로 나타나고 계절 및 추세적 요인을 제거한 실질GDP도 플러스로 반전해 거시지표를 다루는 정책당국자들의 얼굴이 모처럼 환하다.

이와 관련, 재경부 당국자는 "2ㆍ4분기 들어 내수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어 성장률이 1ㆍ4분기 아래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 경기진작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 등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써야할 필요성은 줄었다"고 말했다.

31일 발표되는 5월중 물가동향도 라면 등 생필품값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환율안정 및 공공요금 동결로 전달대비 0.1%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수출 감소세가 갈수록 커지고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않아 민간경제연구소와 학계의 전망은 여전히 우울하다. 장재식 산자부장관은 5월 수출이 전년 동기비 9.5% 감소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폭이 두자리수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반도체가격 추락 계속, 기업 규제완화 방안에 관심집중

외자유치 해외로드쇼에 나선 하이닉스반도체가 다소의 성과를 거두고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반도체가격이 끝모르고 추락해 정상화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나마 사업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정도가 위안이다. GM이 조만간 대우차 인수협상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해지면서 대우차 처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설령 GM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더라도 가격과 인수방식, 노조반발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있어 갈길은 멀다.

정ㆍ재계가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검토해온 기업활동 규제완화방안이 금주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일단 정부가 출자총액한도 및 대기업집단지정 제도의 골격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부채비율 200% 적용의 탄력적 운영, 올 3월로 끝난 구조조정용 출자의 한도적용제외 등 정도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5월31일 전경련 등 경제5단체장을 초청, 오찬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대한항공 등 민주노총 계열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약사협 주최의 의약분업 반대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노사정협의회가 5월31일 열린다. 올 노사문제의 풍향을 점치게하는 중요한 회의다.

청량제 한가지. "버몬트는 노예제도 금지를 최초로 주헌법에 명시했고, 공화당의원이면서 베트남전쟁을 반대한 조지 아이커가 태어난 곳이다. 독립성과 사회의식의 고향인 버몬트와 나의 양심, 그리고 한평생 지지해온 원칙을 가장 잘 나타내기 위해 공화당을 떠난다."(미 제임스 제퍼즈 상원의원)

이유식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1/05/29 18:5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