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시인 상처내는 불필요한 싸움"

[인터뷰] 시인 문정희의 '미당 평론'반박

"미당 선생의 작품 외에는 모두 것을 덮어두고 싶은 심정입니다."

미당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애제자 문정희 시인은 항간의 미당 재평가 논쟁에 대해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싸움"이라며 "이 땅에 몇 안되는 훌륭한 시인을 이렇게 구겨서 버릴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미당 문하에서 36년간을 수학한 문씨는 "빼어난 시적 재주를 지닌 시인인 고은씨가 아직 고인의 무덤에 흙이 마르기도 전에 이토록 악의적 비평과 폭로식 글을 쓴 것은 과연 무엇을 의도한 것인가 심히 의심스럽다"며 "미당에게 돌멩이를 던진다 한들 무덤 속에 있는 미당과 그의 작품이 그 돌에 깨지겠는가"하고 반문했다.

문씨는 "고씨가 주장한 대로 미당의 인간적인 실수는 누구나 다 아파하는 부분"이라며 "우리가 인간적으로나 작품면으로 완벽한 시인을 갖지 못했다는 현실에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생전 잘못을 반복적으로 들춰내는 것은 떠난 스승에 대한 예의가 아님은 물론 한국 문학사에도 누가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미당의 실수는 어떤 저의나 이해득실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인이 할 수 있는 평범한 실수였다"고 미당을 옹호했다.

고은씨의 미당 작품 해석에 대해서도 문씨는 "고은씨의 미당 비평은 잔디밭 속에서 잡초 하나를 꺼내는 것과 같다"며 "시에 대한 해석에는 고씨의 관점 외에도 무수한 논박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고은의 미당 평론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 달라는데 대해 문씨는 "미당 평론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고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고은씨가 원하는 것이라 말을 아끼고 싶다"며 "미당을 비난하는 글을 썼다는 자체가 '실수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5/31 13:20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