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영 이상없나

목표는 흑자대회, 실익 챙기는 마케팅 전략 세워야

21세기를 여는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 공동개최가 확정된 96년 5월 이후 5년동안 월드컵조직위원회를 비롯, 정부와 월드컵 경기를 유치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성공적인 대회준비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2년 월드컵개최와 관련해 유치 당시부터 지금까지 항상 들려오던 이야기는 '88년 서울올림픽의 영광을 되살려.'라는 구호였다.

올림픽을 치렀던 경험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올림픽을 치렀던 노하우를 그대로 월드컵 준비에 적용시킬 때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올림픽의 경우 대회운영, 마케팅을 비롯한 해당 개최국의 자율성이 상당부분 보장되지만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에서 개최국이 갖는 권한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TV방영권, 마케팅 등 월드컵 개최 수익의 대부분은 월드컵조직위가 아닌 FIFA에 귀속된다.

월드컵조직위원회의 김용집 사업국장은 "올림픽의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개최국에 부여하는 권한이 약 80% 정도라면 월드컵 개최국이 누릴 수 있는 권한이란 채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제한된 조건에서 어떻게 FIFA로부터 최대한의 실익을 얻을 것인지가 월드컵 개최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월드컵개최로 약 11조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발생하고 24만5,0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을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속에는 국가이미지 쇄신, 월드컵 대회 기간의 국내기업홍보 등 무형적인 요소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무형의 수익에서 유형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회준비의 모든 구체적인 업무들은 대회개최 1년을 앞둔 지금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21세기 첫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20세기 마지막 지구촌의 축제였던 98년 프랑스월드컵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도 결국 월드컵의 경제논리와 무관하지 않다.


프랑스 월드컵을 벤치마킹하라

98년 프랑스 대회는 역대 월드컵 대회중 가장 내실을 기한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본선진출국이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났지만 10개 개최구장 중 개막식과 결승전이 열리는 생드니의 '스타 드 프랑스'만을 신축했을 뿐 나머지 기존 경기장을 개ㆍ보수, 종전(52회)보다 12경기 늘어난 64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96년 10월 경기장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입석관중 출입을 금지시켰고 프랑스의 10개 구장 중 5개 구장의 수용인원이 4만명을 밑돌아 경기당 평균 입장관중은 4만3,366명으로 86년 멕시코대회(4만6,956명)때 보다도 적었다.

하지만 92년 11월 설립된 프랑스대회조직위원회(CFO)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의 조직위가 마케팅 업무를 외부의 제3자에게 용역을 주지않고 CFO 조직내로 통합하는 독특한 접근방법을 선택, 93년 말부터 마케팅계획을 자체 수립한 뒤 97년 11월 후원사 계약체결을 모두 완료했다.

또한 FIFA를 비롯, FIFA의 마케팅 대행사인 ISL, 협력업체들과의 주도면밀한 마케팅 계약협상을 위해 클리포드 찬스 법률사무소와 자문계약을 맺고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고도의 조직화된 전략을 시행했다.

그 결과 CFO는 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수입의 2배가 넘는 수익을 창출했다.

CFO는 또 프랑스 월드컵을 '미래 프랑스 사회를 책임질 남녀 청소년을 위한 행사'로 이끌기 위해 경기장 안에 청소년들을 최대한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입장권 판매수입이 CFO예산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 수입원임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직접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입장권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한 '프랑스 패스 98'을 판매했다.

프랑스 월드컵의 가장 저렴한 티켓은 145프랑(약 2만6,000원)이고 260만장의 전체 입장권 중 절반이 250프랑(약 4만원)이하로 책정됐다. 2002년 월드컵의 최저가 입장권이 6만원임을 감안할 때 최근 국내 입장권 판매 실적이 저조한 현상은 지극히 합리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자원봉사도 가능한 젊은 층으로 충원하도록 노력한 결과 1만2,000명의 전체 자원봉사자 중 절반 가량이 18~25세의 청소년층으로 이뤄졌고 매 경기 시작 전에는 12세 안팎의 소년들이 참가하는 '10대10 경기'를 개최, 240개 팀 2,400명의 청소년들이 월드컵 무대를 직접 밟고 갔다.


월드컵 이후 경기장 운용방안 마련 필요

현재 한국은 98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프랑스와는 정반대의 입장에 놓여 있다. 한국은 일본과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탓에 객관적인 규모상으로 프랑스가 월드컵 개최를 통해 얻었던 혜택의 절반밖에는 누릴 수 없는 상황.

그러나 국고, 지방비, 기금, 민간자본을 모두 합해 무려 2조원의 공사비용을 투입, 4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10개의 경기장 전부를 새로 짓고 있다.

프랑스는 월드컵 이후 생드니 구장을 짓기 위해 투입했던 27억프랑(약 4,000억원)의 투자재원을 뽑기가 어려워지자 사후 활용방안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당초 생드니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던 프랑스 프로축구의 명문구단 파리 생제르망이 기존의 구장사용을 고집, 마땅히 사용할 대책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내프로구단 역시 현상태에서 1년 평균 30억 이상의 유지비가 소요되는 월드컵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프랑스보다 10배의 고민을 해야할 처지이다.

한편 최근 FIFA의 마케팅 대행사인 ISL이 최종 파산,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IT 사업자 선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또한 ISL이 그동안 수행해오던 각종사업 역시 지연이 불가피해 마케팅 분야에 있어서 한정된 권한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월드컵 조직위가 FIFA와 어떤 협상카드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월드컵 개최의 명암도 뒤바뀔 전망이다.

결국 월드컵을 1년 앞둔 현 시점에서 호재보다는 각종 악재가 염려되는 실정이다. 월드컵 인프라 사후활용방안은 물론 국가이미지를 제고할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가장 절실하다. 월드컵 이후의 미래를 지금부터 준비하지 못한다면 예상악재는 고스란히 현실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준택 체육부기자

입력시간 2001/05/31 14:02


이준택 체육부 nagn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