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 애니메이션] 만화적 파격과 불합리로의 몰입

■임몽디스

/ 다니엘 윌레 지음, 유재명 옮김

충격적이다. 다니엘 윌레의 만화 '임몽디스'(현실문화연구 펴냄)를 읽고 있노라면 누구나 예외없이 생경함과 파격에 당황하게 된다. 도처에 풍기는 고약한 죽음의 냄새, 전편을 관통하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읽는 독자들을 부조리와 불합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만화는 남자 주인공인 앙주 괴망이 치통으로 고통스러워하며 작업실로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배달되어 온 정체를 알 수 없는 퍼즐 조각으로 음울한 고민에 빠져든다. 비슷한 시각 여자 주인공인 지타 블랑샤는 그림 앞에서 견디기 힘든 현기증을 느낀다.

그녀의 정신은 마치 건물이 무너지듯 핏빛 죽음과 혼란의 나락속에 빠져 든다. 고통과 혼란을 제외하고는 현실속에서 이 남녀를 연결해주는 것은 없다.

그들의 세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죽음과 혼돈으로 더욱 이상해 진다. 이 둘은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아니면 삶과 죽음의 중간에 서 있는지도 모른 채 깊은 악몽의 나락에 빠져 든다.

만화는 주인공들의 대사보다는 독백 형식의 설명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간다. 독백은 '나'안에 존재하는 타인의 모습을 가리킨다. 독백의 내용은 지극히 자아도취적이면서, 초현실적이고 부조리하다. 그림도 독특하다.

전편에 걸쳐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색과 저주 받은 영혼을 나타내는 붉은 피의 색깔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수채화로 그린 그림이지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전편을 압도한다.

형식도 파괴적이다. 만화로는 특이하게 30X30의 정사각형 판형을 택하고 있다. 또 중간에 그림을 거꾸로 그려 넣는 실험도 하고 있다. 작가 다니엘 윌레는 "만화가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열어주기 위해 형식과 판형에서 고전적 기준을 승화시키는 전위적인 모험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만화는 데카르트의 합리주의에 근거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독자들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능력을 겨냥하면서 정신과 내면의 깊은 곳에 호소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6/05 17:24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