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좌충우돌 막가는 사회

나사가 풀린 것인지 나사가 없는 것인지 헷갈린다. 과거 독재정권에서 강요됐던 억압적 질서의 나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합의에 의한 민주적 질서의 나사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정부는 정부대로 원칙실종 상태고 재계는 재계대로,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내몫만 챙기겠다는 식이다. 권리주장이 제3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안중에도 없는 불법의 형태로 제기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민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은 6월2일 서울에서 경찰청을 목표로 한판 싸움을 벌였다.

가두행진 중 경찰청사에 이르자 대우차 폭력진압과 관련해 경찰청장 처벌을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이 과정에서 달걀 1,000여개를 던지고, 청사 앞에 세워진 월드컵 홍보탑을 불태웠다. 경찰은 경찰대로 대우차 폭력진압에 따른 수세를 반전시킬 심산이었던지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재계는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집단소송제에 반발해 기업인 2만명 서명운동을 추진중이다. 기업활동 규제완화를 얻어낸 재계가 경영의 투명성은 뒷전에 둔 채 '내친 김에'란 식으로 나온다는 비아냥이 있다.

반면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부터 집단소송제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재계와 시민단체가 '서명 전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결집된 소수의 밀어붙이기에 고립ㆍ분산된 말없는 다수는 '낙동강 오리알'신세로 내팽개쳐져 있다. 갈등조정 메커니즘까지 작동 않거나, 아예 없어 그야말로 사회가 좌충우돌로 치닫는 느낌이다. 거창한 것만이 개혁이 아니란 지적이 의미있다.

사회의 자율적 견제장치와 갈등 조정 메커니즘을 제도화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요구되는 개혁이란 이야기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6/05 18:07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