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양보만이 미덕이 아닐진대…"

북한 상선 영해 통과 허용 논란

북한 상선 3척이 6월2일 낮부터 3일 오후에 걸쳐 무단으로 제주해협을 통과한 것은 도발행위다.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북한이 동ㆍ서해안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수시로 침범했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제주해협을 침범한 북한 상선은 청진2호(1만3,000톤급)와 령군봉호(6,735톤급), 백마강호(2,740톤급). 이중 청진2호와 령군봉호는 일본 홋카이도와 마이지루를 출발해 해주와 중국 다롄으로 향했고, 백마강호는 서해의 남포에서 동해의 청진으로 들어갔다.

거의 같은 시간에 3척이 제주해협에 진입한 것도 문제려니와, 동ㆍ서 다른 방향에서 교차해 진입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작전'을 방불케 한다. 더욱 문제는 청진2호와 백마강호가 각각 서해와 동해의 NLL을 통과했다는 사실이다. 한국 영해를 제집 안마당 드나들 듯 한 것이다.

제주해협 통과시 이들 상선은 "상부에서 내린 지시대로 제주해협을 통과하겠다"고 통고하거나 "김정일 장군이 개척하신 통로"란 상식 이하의 주장을 했다. 이번 영해침범이 단순한 상선의 경제활동이 아니라, 모종의 결과를 염두에 둔 의도적 도발이란 결론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군당국은 항로단축을 위한 '새로운 항로개척'이나 '무해(無害)통항권'을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북한이 동ㆍ서해안이 남한에 의해 두절돼 상업적 항해에 지장이 크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북한의 궁극적 의도가 여기에 있다하더라도 문제는 방식이다. 순리적 협상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도발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한 뒤 협상에 나서려는 계산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한심하다. 사태가 종료된 3일 오후에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어 앞으로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유화책으로 방침을 정했다.

북한이 사전통보와 허가요청을 해오면 무해통항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100% 이상의 성공한 셈이다. 정부가 너무 끌려다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6/05 20:19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