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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기부 문화] 나누는 '작은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달라지는 기부 문화] 나누는 '작은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기부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에서의 기부는 몇가지 형태로 국한되어 나타났다. 첫째, 큰 돈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를 위해 재산의 일부를 내놓는 것. 둘째, 평생 먹을 것 안 먹고 고생하며 돈을 모은 노인들이 교육기관에 돈이나 땅을 기탁하는 것.

셋째, 종교 단체나 언론사가 주도하는 캠페인에 불우 이웃이나 수재민, 불치병 환자, 고아 등을 위해 돈을 내는 것 등이다. 나름대로 모두 의미가 있는 기부 행위들이지만 대규모와 일회성을 공통점으로 한다. 때문에 기부란 무언가 특별한 사람들이, 특별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돈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기부 행위에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보통 사람들에 의한 소액 기부. 대개의 경우 일과성으로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보통사람들의 빛나는 나눔운동

소액기부는 새로 생긴 민간 주도의 공익 재단들에 의해 조직되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 한국인권재단, 한국여성기금, 아이들과 미래 등 최근 1,2년 사이에 생긴 이들 재단은 관주도, 기업 위주의 거액 기부 문화에서 벗어나 일반 시민들이 기부한 적은 액수의 돈을 모아 좋은 일에 쓰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아름다운 재단(www.beautifulfund.org)은 '1% 나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의 1% 만이라도 사회와 이웃을 위해 나누어 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운동은 매달 매출의 1%를 기부하는 '나눔의 가게' '유산 1% 나누기' '월급 1% 나누기' 등 그 형태가 다양하다.

나눔의 가게에는 월3만원을 기증하는 만화가게에서부터 극장, 제과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이 참여하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큰 가게보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보통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결혼 축의금의 1%를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린 조용태(36ㆍ오퍼상)씨는 축의금의 1%인 6만원을 기부했다. 조씨는 "개인 사정으로 아이를 낳고 뒤늦게 올리게 된 결혼식이어서 무언가 남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는 것으로 새 출발의 의미를 더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1% 나눔 운동'에는 현재까지 모두 1,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 공미진 간사는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현재 개인들의 기부금을 모아 기금으로 만들기 위해 1% 나눔 외에 다양한 참여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아름다운 재단에서는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공개하기 위해 기부자로부터 기부 목적 및 희망 사용처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부자의 이름을 딴 기금도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원금은 보전하면서 이자 수입으로 지원이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기부자를 위해 일종의 소규모 재단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5,000만원을 기부한 종군위안부 김군자 할머니의 이름을 딴 '김군자 할머니 장학기금'과 롯데리아가 4,000만원을 기부해 만든 '롯데리아 좋은 세상 만들기 기금' 등이 대표적인 예.

롯데리아는 4년 전부터 환경과 불우이웃을 위해 전국 600개 점포에서 햄버거 한 개당 10~20원을 기금으로 적립해 오고 있다.


월급 0.1% 내기, 유산 % 남기기 등

1999년말 창립된 한국여성기금(www.womenfund.or.kr)은 소외계층의 여성들과 여성운동지원, 여성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이들의 최종목표는 추진위원 100만명, 기금 1,000억원. 기금이 조성되면 그 이자로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의 거액 기부 보다는 월급 0.1% 내기, 유산 1% 남기기, 결혼 축의금 기금화, 희망의 동전 모으기 등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2월까지 6만 명의 추진위원으로부터 모두 33억원의 돈이 모였고 지난 겨울 저소득 모자 가정 9곳에 월동 지원금을 지급했다.

굳이 재단을 통하지 않더라도 월급의 일정금액을 자동 이체하는 방식으로 돈을 모아 기부를 행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다. LG 전자 직원들은 1995년부터 매달 월급 중 1,000원 미만을 자동이체 해 한 달에 600만원 가량의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까지 모은 돈은 주로 근육병 어린이 치료센터 건립 등에 쓰였다. 삼성생명과 SK텔레콤도 비슷한 방식으로 매달 400만~1,600만원 정도의 돈을 모아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 노인을 돕는데 기부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기부도 새로운 변화다. 인터넷 기부 사이트는 오프 라인의 기부 단체에 비해 기부금의 규모와 사용 내역 등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장점이 있어 점차 그 비중이 높아 가고 있다. 또한 클릭 몇번 만으로 기부 행위를 할 수 있어 뜻은 있으나 몸은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인터넷 기부 사이트 산타나라 (www.santanara.net)는 회원들이 광고를 클릭해 쌓인 적립금으로 복지시설 및 기관을 지원한다.

또한 회원들이 원하는 기관을 지정한 뒤 기부금을 입금하는 직접 기부 코너도 운영하고 있다. 기부 내용과 사용 내역은 게시판을 통해 공개되고 단체 별 기부 현황도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이트로는 클릭 횟수에 따라 기아로 고통 받는 세계 어린이들을 돕는 이웃사랑회(www.yes4good.org), 구매 실적을 적립해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이러브유(www.eloveyou.co.kr) 등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기부가 확산되면서 구세군에서도 지난해부터 사이버 자선냄비(www.good-c.org)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기부의 대상도 현금과 부동산에서 물품과 능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이 반드시 돈만은 아니라는 생각과, 돈이 없더라도 자신이 가진 다른 것은 나누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거액기부가 소액기부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로 이런 현물의 대부분은 미술품이나 고서 등 종래의 재산 가치가 높은 물품에서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커다란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물품들이다.


"기부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대학로에 위치한 극장 동숭 아트센터는 매달 300장의 극장표를 기부한다. 장애인, 극빈자 등 평소 자기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 가기 힘든 처지의 사람들에게 문화생활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제까지 동숭 아트센터가 기부한 영화표로 영화를 본 사람은 1만3,000명이나 된다. 아름다운 재단의 1% 나눔 운동에는 자신의 '끼'를 기부하고 있는 문화, 연예 관련 종사자, '능력'을 기부하는 전문가들도 여럿 있다.

또 벤처기업인 dig 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2월 25개 벤처기업이 100억원을 출자해 만든 사단복지 법인 아이들과 미래(www.kidsfuture.net)를 통해 빈곤계층의 청소년과 어린이 및 사회복지단체에 홈페이지 제작용 소프트 웨어를 기부했다. 모두 자신들이 가장 손쉽게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작은 기부라고 보람이 덜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신이 버는 돈의 1%를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김길중(39ㆍ화훼업)씨는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서 개인적으로 봉사 활동은 하면서도 기부는 어쩐지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사정에 맞게, 내가 버는 돈의 1%라도 남과 사회를 위해 쓸 수 있다는 큰 형의 말을 듣고 기부를 시작했다. 5남3녀인 형제 모두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그 결과 그는 전에 없던 기쁨을 맛보고 있다고 한다.

"작은 것부터 일단 시작해 보면 그 결과 돌아오는 보람과 뿌듯함에 오히려 자신이 더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기부는 남과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부하는 사람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koshaq@hk.co.kr

입력시간 2001/06/0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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