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61)] 커뮤니케이션과 표정

"왜 사냐고 묻거든 웃지요" 라는 시구는 얼굴 표현이 언어를 능가하는 잠재력이 있음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렇듯 얼굴표현은얼굴을 마주하고 사는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겐 필수적인 의사표현의 수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얼굴로 할 수 있는 표현은 1만가지 이상이라고한다. 감옥에서 죄수들이 격리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얼굴과 얼굴의 접촉은 더 나은 물리적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조화와 이해,문제의 해결 등 다양한 부가가치로 연결된다.

그러나 통신수단이 부지기수로 다양해진 요즘에는 얼굴을 보지 않고 자기 생각과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언어가 주된 표현수단이 되었고, 얼굴표정을 통한 의사소통은 그저 잉여적인 수단쯤으로 밀려났다.

더구나 텔레비전과컴퓨터를 마주하면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사람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 급격히 축소됐다. 화상전화가 실용화하면 어느 정도 회복될지도 모르겠지만,과학의 발전이 더 이상 사람끼리의 접촉을 단절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과의 접촉이 부족할 경우 인생 후반기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의 감정의 피드백이 없으면 소극적이고 우울해질수 있다는 것이다. 얼굴표현 중의 으뜸은 미소다.

미소의 근육 움직임이 행복의 화학물질로 불리는 뇌의 세로토닌(serotonin)을 분비시키는촉진제가 되기 때문이다. 마단 카타리아 박사는 억지 웃음조차도 우리의 신체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놀라거나 겁먹으면,신체의 신경계가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빨라지는 등 신체가 물리적인 준비를 한다. 그 중 한 부분이 얼굴반응이다. 눈은환경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많이 흡수하기 위해서 크게 열린다.

뇌의 앞쪽 피질이 화난 표현에 급속한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방어태세는 당연히 심신에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얼굴표정 중에 특히 중요한 또 한가지는 눈의 표정이다. 보통 대화 중 서로를 바라보는데 75%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눈꺼풀을 높이거나 낮추는 동작으로 포인트를 강조할 수 있다. 대화의 끝에서 눈꺼풀을 올리는 것은 질문을 던지는 표정이다.

보행중에 충돌하였을 때보다 운전중에 충돌했을 때특히 욕설과 분노가 유달리 많아진다. 전문가들은 차에 있을 때와는 달리, 보행자 상호간에는 작은 사과의 표정을 얼굴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행동이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전자메일에서 나타나는 오해와 무례함도 서로의 얼굴표정을 볼 수 없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만큼 서로의표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꾸며진 표정도 흔하다. 폴 엑만이라는 교수는사람들이 거짓말쟁이를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를 조사한 바가 있다.

보통사람은 우연의 정확도보다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경찰, 판사, 심리학자, 그리고거짓말 탐지기를 검사하는 사람들 역시 우연의 정확도 보다 높지 않았다.

하지만 특수비밀요원 1/3은 거짓말을 80%나 가려낼 수 있었다. 그 비밀은‘미소표정’(micro-expressions)을 잘 포착하기 때문이라고한다. 미소표정은 1초미만의 짧은 순간에 포착되는 아주 짧고 작은 표정으로, 마치 이마에 주름이 생기는 것과 같은 단순한 것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얼굴표현의 중요성. 그러기에 점점 더 복잡해지고 믿을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진실한 미소를 잃지 않고 가식된 표정을읽어내는 훈련은 체력관리처럼 일상화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 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06/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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