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남북관계 돌파구 찾기

이번 주간은 ‘6ㆍ15 정국’이라고 할 만하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ㆍ15 남북공동선언 1주년인 15일을 앞두고 남북문제가 정가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최근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 사태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조촐한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6ㆍ15 1주년을 계기로 미국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침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재개 입장을 밝힌 터여서 여건은 훨씬 나아진 상황이다. 현대의 경영난으로 기로에 놓인 금강산 관광사업도 현대아산과 북한 아ㆍ태평화위원회가 육로관광 허용, 관광특구 지정, 관광 대가금 조정 등에 의견을 접근시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6ㆍ15 1주년, 김정일위원장답방 가닥 잡힐 둣

청와대측이 특히 공을 들이고있는 것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은 6ㆍ15 남북공동선언 합의의 이행이라는 차원을 넘어 남북관계의 한 단계 진전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청와대측이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에 거는 기대나 집착은 강하다. 이미 남북간에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으며 조만간 김 위원장의 8월15일 답방 일정이 남북에서 동시 발표될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당초 13일로 예정된 김대중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연기된 것을 김정일 위원장 답방문제와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청와대측은 가뭄이 심각해 기자회견을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6월15일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일정 남북 동시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을 연기했다는 설과 답방 일정 협상이 여의치 않아 시간을 벌기 위해 연기했다는, 다소 상반되지만 답방문제와 연관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김정일위원장이 더 이상 답방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남측이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김정일 답방은 사실상 힘들어진다.

남북관계를 선거에 이용한다는 논란이 일어날 수 있고 북한 측도 정권의 향방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져봐야 별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기 쉽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에 무언가를 더 얻어 내려면 올 8월에서 11월 사이에 서울을 방문하는것이 가장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문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이회창 총재는 얼마 전 호주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답방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최근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 사태가 벌어지자 “김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성사에 집착, 국정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김정일 답방문제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 8일의 국회 통일 외교 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추진에 강력히 제동을 걸었다. 최병국 의원은 “6ㆍ25 동란, KAL기 폭파 등 잇단 테러 등에 대한 사죄가 없는 답방은 할 필요도, 가치도 없는 정치 놀음”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문제에 대해 이렇게 비판적인 것은 정국주도권의 상실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 된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국내 정치의 소멸이라는 뼈아픈 소외를 맞본 적이 있다.

최근 정부여당의 잇단 실정으로 정국 주도권을 상당부분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 같은 상황이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으로 역전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저지하지는 못한다 해도 정부여당으로 하여금 상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에 대한 군과 정부의 대처에 국민여론이 매우 나쁜 만큼 한나라당의 공세는 여론의 뒷받침을 받을 개연성이 높다.


크로스보팅 속앓이

한나라당도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진보진영의 비판이 거세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보수 진보 갈등이 심화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 중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에 대한 당내 토론을 벌인다. 12일에는 독자적인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당에 제출한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 주축으로 토론이 있었고 15일에는 국보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원들 중심으로 토론이 열린다.

당내 단일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지만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견해 차가 워낙 커 원만한 조정이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분석들이다.

결국 크로스보팅제(자유투표제) 도입여부가 관건인데 이에 대해서도 보수-진보의 의견이 갈린다. 진보파인 김원웅 의원은 “당지도부가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소신까지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크로스보팅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크로스보팅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국가보안법 크로스 보팅은 민주당내에서도 의견이 대립돼 있으며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를 넘나드는 연대가 이뤄질지도 6월 정국의 중요한 포인트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1/06/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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