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금강산 사업에 '등불'

금강산 육로 합의, 1년뒤 길 뚫리면 당일 관공도 가능

내년 하반기에는 자가용을 타고 금강산으로 가서 골프를 칠 수 있을까.

금강산 관광사업을이끌어온 현대아산의 김윤규 사장이 금강산 육로 관광,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 관광사업 대가 해결 등을 골자로 하는 금강산사업 활성화방안에 대해북한 아ㆍ태평화위원회와 합의했다고 발표, 그 같은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일단 이번 합의로 골프까지는 몰라도 자가용으로 금강산에 갈 수 있는 길은열릴 것 같다.

그렇다고 낙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아직 육로관광을 위한 남북당국의 협의와승인절차가 남아 있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업을 벌일 만한 자금이 현대아산측에는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북한측과의 합의라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것인지 개성관광이나 경의선 복구문제 등에서 여실히 드러났었다.

김 사장은 일요일인 6월10일 현대 계동사옥에서 서둘러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측과의합의내용을 발표했다. 금강산 육로 관광,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 관광사업 대가 해결 등이 주요 내용이다.

발표 내용으로만 보면 사실상 중단위기에놓였던 금강산 관광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고비용 저효율의 해상관광이 저비용 고효율의 육로관광으로 바뀌고, 관광특구 지정으로부대시설까지 갖추게 되면 금강산 사업의 수익 구조는 현저히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일포 부근까지 도로 연결, 당일관광 가능

김 사장은 “남측 간성지역 통일전망대에서 북측 삼일포 부근까지 13.7㎞ 구간을연결, 육로관광을 실시키로 합의했다”며 “이를 위한 양 당국간 협상이 6월 중 개최될 수 있도록 양측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로연결 공사 비용은 600억원~1,000억원, 공사 기간은 8개월 정도면 된다”며 “연내 착공해 내년 하반기에는 자가용과 버스를 이용, 당일관광이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육로관광 요금은 현재 1인 2박3일 기준 해상관광요금(40만~50만원)의 절반 수준인 20만~25만원이 될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육로관광을 고집스럽게 요구한 것은 해상관광만으로는 여행수요 창출에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강원도 최북단 간성지역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까지 육로가 열리면 동해안ㆍ설악산 관광과 연계, 폭발적인 여행수요를 끌어낼수 있다는 것이다. 설악산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이 연간 1,000만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중 10%만 금강산 관광코스로 연계시킬 경우연간 100만명이 육로를 통해 금강산을 찾게 된다.

또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삼일포 13.7㎞ 구간의 국도 7호선이 연결되면 속초에서부터금강산(60㎞)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현대아산은 사업시행 1년 안에 45만명의 관광객을 상대로 500억원의 수익을 올릴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육로관광 실시 시기에 대해 김 사장은 “가을에 착공해서 내년에 해 보자고 했다.군사분계선 주변 지뢰매설 실태와 북측 도로유실 여부가 변수다. 완공되면 자가용도 오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육로관광은 이미 1989년 고 정주영명예회장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합의한 의정서에서 ‘관광객은 동부지구 군사분계선을 통과하여 왕래한다’는 조항이 기초가 됐다. 이후 10년이 넘어서착공 합의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관광특구 지정, 사업 활성화기대

김 사장은 또 북한이 8월중 관련 법률을 공포, 금강산 일대를 관광 특구로 지정하기로합의했다고 전했다. 금강산이 특구로 지정되면 일본 등 외국 관광객과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어 사업활성화에 큰 보탬이 된다는 게 현대아산측의 설명이다.

금강산의 관광특구 지정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금강산 지역을 관광 뿐아니라 무역, 상업, 금융, 문화 등 종합적인 경제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또 남북은 물론 외국과의 경제협력을 증진시키고 민족의 공동번영에기여하고 금강산 지역의 투자여건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현대아산의 입장에서 볼 때 여행수요의 창출을 위해서는 육로관광 허용과 함께 금강산일대에 골프장과 해수욕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인데, 여기에는 관광특구 지정이 법적근거가 된다.

또 통신회선 증설, 남측 및 외국 상품의반입 판매, 은행 지점의 설치 운영, 각종 시설물들에 대한 등록 및 기타 필요한 조치들이 법적으로 담보될 수 있게 된다. 결국 금강산 관광특구지정은 곧바로 금강산 사업의 수익성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특히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아산은 관광특구 지정으로 여행객 안전 및 투자에 대한보장 등이 국제적으로 공인될 경우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현대아산은 조만간 국내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장전항주변에 골프장, 해수욕장을 개발하고 야영장 설치 등을 통해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광객 수에 비례한 관광 대급 지불

현대아산측은 또 2월부터 연체해온 2,200만 달러의 관광사업 대금은 조속히 북한에송금하는 대신 앞으로는 1인당 100달러를 넘지 않는 선에서 관광객 수에 비례해 관광대가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현대아산은 북한측과월 1,200만달러를 무조건 지불하기로 약속하고 1998년 11월 이후 약속을 이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모기업인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은데다 현대 계열사들 역시 계열분리 등으로 지원을 중단키로 해 이 지불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북한측과 계약 변경을 위해 노력해 왔다.

현대는 2월분부터 600만 달러만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도 여의치않아 올해 들어 2,3,4,5월 분에 대한 지급을 하지 못했다. 현대아산은 결국 재협상을 시도, 현대의 형편에 따라 관광사업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계약조건을 바꾼 것이다.

우선 관광객 인원수에 따라 입산료를 내는 방식이지만 1인당 100달러를 넘지 않도록조건을 달았고 더욱이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에 대비, 상한선을 월 600만달러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해놓은 상태다.


수익성 확보가 급선무, 난관 많을 듯

현대아산측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하반기부터 육로 관광이 시작되고, 관광객의 입산료를내려 조만간에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계산에 선뜻 동의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현대아산과 아태평화위의 합의서 체결에도불구하고 사업의 수익성 확보에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은 것이다.

우선 사업진행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냐에 대한 회의다. 경의선 복원사업만 해도당국간 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변수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같은 논리로 휴전선을 관통하는 육로관광사업이 현대아산의 뜻대로 쉽게 추진될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더욱이 당장 운영비도 부족한 현대아산이 미납한 관광사업대가 2,200만 달러를 포함해 새로운 투자비용을 어떻게 감당할것인가 하는 문제도 풀기가 쉽지 않다. 현대아산은 이번 합의에 따른 사업성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을 신청할 계획이나 채권단이 이를 모두 받아들일지는미지수다.

현대아산은 600억~1,000억원의 돈이 소요되는 도로건설자금을 남북협력기금에서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야당의 반발이 만만찮고 현재로선 명분이 약해 정부로서도 아직 검토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아산은 육로 관광이 이뤄질 때까지 해상관광의 명맥을 유지해야 하나 자금여력이여의치 않다. 그래서 현대아산이 택할 수 있는 길은 금강산 사업의 사업성을 내세워 국내외 기업을 끌어들이는 방법인데, 현대측이 주도권이 쥐고 있는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선뜻 손을 내밀지 그 결과를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국제적인 변수도 많다. 금강산 사업이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에 따라 심한 영향을받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육로관광 성사여부에 대해서는 ‘신(神)만이알 수 있다’는 말을 되새기면 될 듯 하다.

조재우 경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1/06/13 13:30


조재우 경제부 josus62@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