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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칼 환상'에서 깨어나라

'제니칼 환상'에서 깨어나라

'꿈의 다이어트 약' 인식, 이상 열기로 엉뚱한 피해 속출

개그우맨 이영자의 ‘쌀빼기’에 대한 진실게임이 장안의 화제였다. K성형외과측은 그녀가 전신지방흡입수술로 살을 뺐다고 주장했으나 이영자는 수술로는 단 1Kg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영자의 다이어트 파문은 수백만‘뚱녀’들의 기대감을 무너뜨렸지만, 그동안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했던 지방흡입술의 장ㆍ단점이 세세히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수술후 가슴에 심한 흉터가 남았고 염증까지 생겼다는 이영자의 고백은 다이어트를 위해 지방흡입술을 고려하는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까다로운 복용수칙 안지키면 부작용

수술과 마찬가지로‘꿈의 다이어트약’으로 알려진 제니칼도 약효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만 높을 뿐 복용과정에서 지켜야 할 수칙을 지키지 않아 당황하는 이들이 많다.

제니칼은 포식한 뒤에도 달랑 한 알 삼키기만 하면 살 찔 걱정없다는 게 시중에 알려진 약효. 그러나 제니칼의 엉뚱한 효과와 부작용에 당황하는 남녀가 속출하고 있다.

제니칼을 복용하는 뚱뚱한 직장 남성 성모(34·S사)씨는 지방 출장길에 낭패를 당했다.강릉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본사로 돌아오던 중 승객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슬쩍 방귀를 뀐 그는 즉각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연히 자신은 방귀라는 ‘기체’를 짐작했는데,나온 것은 ‘액체’였기 때문.성씨는 “복용 초기의 부작용으로 유변,그러니까 기름×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은 설명서를 읽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참담하기그지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후 그는 여벌의 팬티를 반드시 챙겨 지니고 다닌다.

버스로 통학하는 대학생 황모(21·E여대 3)양은 집과 학교 사이의 화장실 위치를 꿰고 있다.역시 제니칼 탓이다.“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화장실에 들릴 수 밖에 없는 경우가 가끔씩 생기다보니…”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비만인 딸(19)과 함께 제니칼을 먹고 있는 주부 이모(48)씨는 집안 일이 하나 더 늘었다.욕실 변기를 수시로 청소해야 하는 것이다.

이씨는 “오렌지색 고추기름 같은 것이 변기에 들러붙어 남편 보기가 민망스럽다”고 한다. 그녀는 “물을 내린 뒤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꼭지로 변기 속의 기름기를 녹인 뒤 다시 한번 물을 내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먹은 것도 없는데 배가 부른 듯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니칼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제니칼 판매사인 한국로슈측은 구체적인 매출액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초 품절사태를 빚어 2주일씩이나 공급이 되지 않았을 정도로 제니칼을 찾는 이들이 줄을 서는 것으로 알려졌다.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 2월 출시된 제니칼의 올해 판매량이 석달만에동이 난 셈”이라고 귀띔했다.

이같은 제니칼의 이상 열기는 비만전문 치료제의 복용이 수술보다 간단하고 비용도 덜 드는 데다 효과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어느 설문조사 결과 ‘비만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는 응답이 50.9%로 나타났다.지난해 같은조사에서는 29.2%에 불과했다.


마구잡이 복용 절대 삼가야

올해 초제니칼 3만 5,000박스가 전국에 깔리자 기존 다이어트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병원마다 제니칼 처방을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처방전 없이 무작정 약국으로 달려와 제니칼을 달라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 기질적 비만 원인이나 만성 흡수불량증후군 또는 담증분비 정지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내준다.

가정의학과전문의 K씨는 “제니칼 처방을 원하는 환자 중 70%는 중년여성이지만 제니칼을 처방해 달라고 떼를 쓰는 날씬한 아가씨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약사 M씨는 “뚱뚱한 중년부인과 정상체중인 젊은 여성의 제니칼 수요가 8대 2쯤 된다”고 전했다.‘제니칼 태풍’을 감지할 수 있는 증언들이다.

“제니칼 때문에 국내 다이어트 제품은 이제 망했다”는 절망 섞인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다이어트식품업계보다 한방병원쪽에서 더 심하다.한의원이 조제하는 한방다이어트제도 약이요, 제니칼도 약인데다 한약에 비해 복용이 훨씬 간편한 약이 제니칼이라 피해의식이 상당하다.

반면 다이어트 식품업계는 ‘의사만 믿겠다’는 태도다.“설마 마른 체구의 사람에게도 제니칼을 처방하겠느냐”는 것이다.

의사처방이 필수적인 제니칼과 달리 다이어트 식품은 아무에게나 팔수 있다는 장점도 강조하고 있다.

슬림다이어트사 대표 조명하씨는 “우리 식품은 3개월에 12~20㎏ 감량을 보장하지만 제니칼은 6개월에 고작 6~7㎏을 빼줄뿐이다.제니칼은 또 우리처럼 전담 영양사가 다이어트 관리를 해주지도 않는다.

제니칼도 우리 식품처럼 음식 섭취량을 줄여가며 복용해야 하는 약인 만큼별다른 메리트는 없다”고 자신했다.

또 다른 다이어트 식품업체의 S씨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우리나라에서 어디 폭발적으로 팔리던가.제니칼 바람도 곧 잦아들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여느 비만치료제와 달리 제니칼은 위장관 내에만 국소적으로 작용한다.제니칼은 체질량지수(㎏/㎡)가 30이 넘는 비만환자에게 처방하는 전문약이다.키 160cm인 여성이 체질량지수 30을 넘기려면 몸무게 76.8㎏ 이상이라야 한다.

그런데 많은 여성들이 CD로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수준을 몽상하며 온갖 ‘줄’을 동원해 제니칼을 구하려 애쓰고 있다. 탤런트나 영화배우는 얼굴 구조나골격 자체가 ‘일반인’과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신동립 스포츠투데이 뉴스부 차장 estmon@sportstoday.co.kr

입력시간 2001/06/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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